한국일보

전망대 - 아프카니스탄과 미국의 외교정책

2021-08-27 (금)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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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아프카니스탄전에서 국력을 소모한 소련은 경제가 피폐해지자 연방체제가 붕괴했다. 경제실패로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위성국가들도 모두 독립했다. 미국이 소련과 싸우는 무자헤딘에 막대한 자금과 첨단무기들을 지원해 소련이 전쟁에 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후 대테러전을 치루면서 미국은 2008년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이 휘청거리며 위상은 곤두박질 쳤다. 중국이 최대 채권국이 되자 스스로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자리를 내놓고 중국과 G2를 선언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제가 회복되어 중국을 밀어내고 슈퍼파워의 자리를 되찾으려 했으나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호락호락 자리를 내주지 않고 미중갈등에 불을 붙였다.
2001년 12월에 미국은 대테러전으로 탈레반을 축출하고 카르자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미 아프카니스탄 정부를 출범시켰다.


탈레반 세력은 파키스탄에서 재결성되었고 곧바로 반란을 일으키며 전쟁이 장기화되었다. 전쟁을 종식시키고자 2011년 5월 파키스탄에 은닉한 빈 라덴을 사살하자 대다수 아프카니스탄 주요 인사들이 암살되며 탈레반의 반격이 더욱 거세졌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미국은 수십억 달러의 개발 원조 지원금과 1조가 넘는 예산을 군사지원에 지출하였다. 전쟁에 지친 미국은 2014년 9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선출되며 12월 28일자로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였다.

미군이 2021년 8월 31일을 기한으로 6월부터 철수의 움직임을 보이자 탈레반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파기하고 영토를 장악하고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8월 15일 수도 카불이 함락됐다.

미국과 패권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미국이 패전했다며 탈레반과 손을 잡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미국 외교전략의 복심을 간파하지 못하는 우매함에서 기인한다.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정권을 잡게 되면 이슬람 문화권인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치구인 이 지역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왔다. 공산주의에 반하는 극단적인 이슬람교도들로서 분리주의와 테러리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중국의 탄압을 저지하기 위해 아프카니스탄을 우회한 탈레반 세력들과 손을 잡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파키스탄의 FATA 지역은 국제 테러리즘의 배양소이자 전진기지이다. 이곳에서 발진한 이슬람 무장 테러세력은 중동지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지만 광활한 땅덩어리에 막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무엇보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길목이다. 이들 지역이 탈레반의 지원을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독립전쟁에 돌입할 경우 중국은 결국 손을 들게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뒷통수를 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아프카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한 것이다.

신장, 위구르가 독립되고 뒤이어 유혈분쟁으로 점철된 티벳이 독립되고 내몽골마저 독립되면 중국은 영토의 63%을 잃게 된다. 이들 지역은 종교나 인종면에서 결코 중국과 동화될 수 없는 곳들이다. 중국의 몰락이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한인 자치구가 포진한 광활한 만주지역마저 독립하면 중국의 붕괴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힘과 군사력만 내세워 친미정권을 유지시키려다 실패하고 국제적으로 망신만 당했다고 비아냥 거리던 중국이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미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가장 고도의 외교전략을 구사하는 강대국이다. 실패한 것에 대한 만회도 몇곱절로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노하우가 있는 나라이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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