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스스로 돕지 않는 자는 하늘도 버린다

2021-08-23 (월)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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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한국일보 2021/8/18) 글에 “탈레반은 믿음, 천국, 그리고 이교도 처단을 위해 싸운다. 그런데 정부군과 경찰은 단지 돈을 위해 싸운다.”라는 한 탈레반 학자의 말을 적어놓았다. ‘믿음’, ‘천국’이라는 말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교도 처단’을 위해 싸운다는 말은 무시무시하게 무서운 말이다.

아프간의 대통령 가니는, 이전에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아프간과 같은 ‘실패국가’의 재건을 위한 경제학을 전공했었다. 2014년부터 아프간의 대통령으로서 아프간을 통치했었다.

아프간의 수도 카불이 8.15일(2021) 정복되는 바로 전날,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며 “돈의 이동을 위한 헬기에 모두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뒀다.”고 했다. 자기 아내와 참모진과 함께 항공편으로 외국으로 도피했다고 했다.


어떤 아프간 기사는 대통령이 1억6,000만 달러를 손에 쥐고 떠났다고 했다. 이에 대한 신문보도가 사실이라면, 가니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배반한 사람’인 것이다. 미국이 원조해준 돈으로 아프간 군인들을 튼튼하게 훈련시켜야 할 책임자가, 군인들을 감독하지 않고, 미국이 원조해준 돈을 훔쳐갔을 때, 그 밑에 참모진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 돈을 착취해먹었겠는가!

아프간 군인들도 이에 못지않게 부패했다. 올해 4월(2021)까지, 임금을 받은 아프간 정부군은 30만 명이었다. 그런데 이중 6명 중에 한 명만 진짜 군인이고, 나머지 5명은 임금을 받기 위해 이름만 적어놓은 가짜 군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아프간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몰랐을까? 알고도 가만 놔두었다면 이것은 배반행위인 것이다. 이러니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패망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썩은 나라에서는 장성들이 실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빽과 돈으로서 장성이 된다. 돈으로 장성이 되었기에, 장성이 되면 제일 먼저 돈을 훔치는 일부터 착수하는 법이다.
많은 아프간 군인들은 미국의 무기를 몰래 탈레반에게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탈레반 죽이라는 무기가, 오히려 탈레반들이 그 무기로 미군과 아프간 군인들을 죽였던 것이다.

게다가, 탈레반들은 밤이면 마을에 들어온다. 협조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위협한다. 위협해도 협조를 안 하면 죽여 버린다. 그래서 상당 부분의 아프간 국민들은 탈레반에 협조를 해야만 했었다고 한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2조 달러 이상을 들여서 아프간을 재건해주려고 노력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군이 자신의 나라를 지킬 수 없다면 미군이 1년이나 5년을 더 주둔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와주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미군을 철수시켜버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만을 돕는 것이다. 스스로 돕지 않는 자는 하늘도 버린다. 미군의 철수 때문에 수많은 선량한 아프간 국민들 특히 여성들이 심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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