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아프간 여성, 어쩌나?

2021-08-20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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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20년만에 다시 장악하면서 여성들이 불안 속에 떨고 있다. 특히 사회활동을 한 여성 언론인, 기업인, 법조인, 스포츠인들은 테러의 타깃이 될까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탈레반은 여성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지만 샤리아법 안에서 여성권익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온몸을 손과 발만 빼고 가리는 부르카 대신 히잡(머리카락만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교육과 취업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의 탈레반 요원이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사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수장국(Islamic Emirate of Afganistan) 재건을 선포했다. 탈레반이 2001년 미군에 의해 쫒겨 나가기 전까지 사용하던 호칭이다. 이 탈레반은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슬람교를 따르는 무슬림은 크게 수니파(Sunni)와 시아파(Shia)로 나뉜다, 아들이 없던 무하마드가 632년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채 사망하자 다수인 수니파는 선출된 대표자가, 시아파는 무하마드의 혈족인 알리를 계승자로 보았다.


지도자 계승문제로 갈라져서 1,400년은 평화와 분쟁 시대를 그럭저럭 지내왔으나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동 여러 국가와 종교 세력들이 우위를 차지하고자 서로 싸우고 여기에 강대국들이 개입했다. 시아파의 영항력에 대항하기 위해 알 카에다, 탈레반, ISIS 같은 급진적이며 폭력적인 정치 테러 집단도 등장했다.

탈레반은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인 1990년대 초 파키스탄 북부의 수니파 신학교에서 처음 등장했고 엄격한 샤리아법을 시행한다. 샤리아는 이슬람공동체의 헌법이자 신이 정해준 계시법이다.

종교적 의무, 개인과 사회생활, 상업, 형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근원은 코란과 하디스이다. 이 샤리아법이 세기를 지나면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무슬림 권력자들이 권력 유지에 유리한 해석으로 샤리아법을 적용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1996년부터 2001년 집권당시 이 샤리아법에 따라 여성들은 인권 탄압을 받았다. 그동안 우리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쳤다가 코가 잘린 여성, 학교에 갔다 오는 길에 총을 맞아 중태에 빠진 여성 등등...가부장적 사회의 여성 잔혹사를 수시로 들었다.

20년 전처럼 갖가지 제한이 부활될 것을 우려한 여성들은 거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살아남기 위해 부르카를 구하는 여성들이 급증, 가격이 10배로 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20년간 교육받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여성들의 앞날이 걱정된다. 이 여성들이 무조건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정책과 심지어 탈레반 전사와의 강제 결혼을 받아들일 것인지, 또 부모로부터 끔찍했던 탈레반 폭정 시절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녀들은 탈레반에 반발하고 저항할 것이다.

이미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학교에 다녔고 여성이 하원과 상원 의석 28%를 차지할 정도로 정치력도 키웠다. 독립적이고 자주적 사고방식을 지닌 여성들이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면서 탈레반과의 충돌에서 피를 볼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아프간 여성의 미래를 위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싸울 것이다.

지난 19일 트위터에 아프간 여성 4명이 ‘일할 권리를 달라’고 총 든 탈레반 앞에서 시위하는 영상이 올라 현재 확산 중이다.
미국은 철수 후에도 아프간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외교,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 하고 유럽국가들도 아프간 여성과 어린이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과연 효과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탈레반이 20년 전과 달리 이제는 국제사회의 눈치를 좀 보기 바란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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