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공부하는 대통령

2021-06-29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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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인물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다. 노예 해방과 같은 거창한 일 때문에 그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공부하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독서는 방대한 것이었다.

그는 각계 전문가들을 만나 토의하기를 즐겼다. 그는 안 해 본 일이 없다. 열여섯 종류의 직업을 체험하며 여러 가지를 두루 배웠다. 그의 셰익스피어 연구는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셰익스피어 문학은 고전영어이다.

현대영어와 전혀 다른 매우 어려운 문학인데 링컨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셰익스피어 연구의 최고봉에 이르렀다. 57세의 젊은 나이에 괴한의 흉탄에 쓰러질 때까지 그는 공부하는 대통령으로 살아갔다.


나는 목회를 하면서도 월요일에는 계속 학교에 가서 교수들의 강의를 들었다. 육신도 날마다 양식이 필요하듯 우리의 정신 세계도 날마다 양식이 필요하다. 목사의 집에 늘어나는 것은 책 뿐이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아는 목사들은 책을 즐긴다.

요즘은 설교 재료를 공급하는 기관이 많아 설교 준비가 쉬워졌는데 이것은 좋은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공부를 하면서 목사의 정신 세계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링컨이 공부하는 대통령이었듯이 남을 가르치는 목사 교사 등 지도자들은 공부하는 스승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배우는 정신을 늙을 때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배움이 성장이요 배움이 새로워지는 것이고 배움이 즐거움이다. 스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 아이에게라도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

일본 거리에서 구두를 닦는데 구두 닦는 사람 둘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엇이든 배운다는 말을 듣고 반성한 일이 있다. 구두닦기도 배움에 열성이 있는 것이다. 매스컴이 발달한 현대이다. 얼마나 많은 배움의 기회가 열려있는가! 링컨처럼 대통령도 배우고 구두닦기도 배우고 배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문명사회이고 장래가 밝은 사회이다.

나는 인생을 중고등학교 선생부터 시작하였는데 장래가 밝은 사람은 학생 때부터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학생 때부터 열심히 배우려는 아이가 장래성이 있다. 배운다는 것은 학습 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려는 마음 가짐이 있으면 스승은 사방에 널려있고 배움의 기회는 항상 있다. 대화를 하면 자기의 대화 상대를 가르치려는 말투의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서 참 배움은 얻기 어렵다. 배우려는 사람이 참 스승이다.

일제 말엽 신간 서적은 거의 없었다. 대본집에 가서 낡은 책을 빌려 읽었다. 대본집 사장님이 나에게 말하였다. “날마다´밥을 먹듯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성인이 되어 그 말씀을 기억하며 좋은 충고를 주신 아저씨였다고 생각하였다. 사람은 마음의 양식도 필요한 것이다.

미혼 여성들이 목사에게 이런 질문을 곧잘 한다.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 행복할까요”나는 서슴없이 “책을 좋아하는 남자를 고르셔요”하고 대답한다. 인물도 돈도 집안도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남자라면 괜찮은 사람일게다. 그 사람의 은행 잔고를 알아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책장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흑인으로서 미군 장성과 국무장관까지 된 파웰 씨가 자기가 자라난 뉴욕 남부 브롱스를 방문하였다. 소학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너희 주변 친구들을 둘러보아라. 그 속에는 장군도 있고 대통령도 있다. 학생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어른이 되면 열심이 나라를 사랑하여라. 나도 너희 같은 흑인이지만 국무장관이 되지 않았느냐”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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