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휠체어에 전신마비 아들을 태워 밀면서 40년간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 등에 참가하여 전 세계에 감동을 줬던 아버지 딕 호잇이 80세 나이로 별세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있으면 하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 릭은 심장이고 나는 몸이다.“는 말을 했었다.
아들 릭은 출생 당시 목에 탯줄이 감겨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성마비와 경련성전신마비를 갖게 되었다.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컴퓨터 장치 없이 의사표현도 못하는 아들 릭(59), 그는 15세때 “장애가 있는 라크로스 선수를 위한 자선달리기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휠체어를 밀며 달리기 시작했다. 릭은 “아빠, 달리고 있을 때는 장애가 없는 것처럼 느껴요.” 하고 컴퓨터에 적었다. 이 한 마디에 아버지는 용기를 내었다. 주저앉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
1977년부터 아들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 2016년까지 40년간 마라톤 72회, 트라이애슬론 257회, 듀애슬론 22회 등 총 1,130개 대회를 완주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보스턴마라톤에서만 32차례 완주, 보스턴마라톤의 아이콘이자 전설이 되었다. 오로지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장애를 잠시라도 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장성한 아들을 태우고 휠체어를 밀자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것도 뛰어가면서. 아버지가 온 몸을 바쳐 헌신하니 자식이 오로지 한명인가 했는데 장남 릭 이외에 러셀과 로버트 두 아들이 있다. 동생들은 삼형제에게 동등한 사랑을 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릭에게 기울인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한국적 정서로서는 장애아들보다는 정상인 아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기대를 했을 터인데 이 아버지는 릭이 장애로 사는데 조금 불편한 아들이었을 뿐이었다.
또 하나의 아버지가 있다. 다섯 명의 자식을 둔 한 아버지, 그 중 병약하고 총명하지 못해 늘 주눅 든 한 아이를 보면 가슴이 아팠다. 어느 날 아버지는 다섯 그루 나무를 사와서 한그루씩 나눠주며 1년동안 가장 잘 키운 나무의 주인에게 뭐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했다.
1년 후 아버지는 아이들과 숲으로 갔다. 유독 한 그루가 키도 크고 가장 잘 자라있었다. 바로 아버지 가슴을 아프게 한 아들의 나무, 아버지는 칭찬을 하며 이렇게 나무를 잘 키웠으니 훌륭한 식물학자가 될 것이라며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아들은 꿈에 부풀어 밤을 새운 뒤 새벽에 잘 자라준 그 나무를 보러 숲으로 갔다. 그 나무 앞에서 물뿌리개를 든 아버지 모습을 보았다. 나무의 주인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모두가 아버지들의 은은하고도 깊은 사랑을 보여준다.
6월 20일 파더스 데이(Father’s Day)가 다가온다. 매년 6월 셋째주 일요일은 파더스 데이로 아버지들을 응원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날이라고 한다.
1920년대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소상인들은 파더스 데이를 ‘제2의 크리스마스’ 라고 선전하며 넥타이, 모자, 양말, 담배, 골프채 등 남성용품을 할인판매 하면서 파더스 데이 풍습을 만들어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파더스 데이에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의미를 더하기 시작했다. 기존 취지와 달리 그동안 상업화된 면이 없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경기침체가 심각했다. 이번 파더스 데이 세일과 독립기념일 세일을 계기로 하루빨리 경기가 활성화되기 바란다. 더불어 축 처진 아버지들의 어깨도 당당히 펴지기 바란다. 낯선 땅에서 이민생활을 개척한 아버지, 언어·문화 등 적응이 쉽지 않았기에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 늙고 병든 아버지, 지극히 평범한 나의 아버지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기에 위대하다. ‘아버지‘ 라는 이름을 지녔기에. .
<
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