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 간디의‘사회 악’

2021-06-09 (수)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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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1869∼1948)의 묘비에는 일곱가지 사회 악에 대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각 분야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깊이 있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첫째는 ‘원칙 없는 정치’를 비판했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많은 백성들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데 두어야 할 것이다. 거짓말로 자기 목적을 합리화하고 자기 집단의 이익만을 주장하고 권세로 치부를 꾀하며 권력을 앞세워 백성을 핍박하는 정치인은 옳바른 정치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는 ‘노력 없는 부’를 비판 했다. 근대 인류 비극의 시작은 많은 땅을 소유한 지주계급과 죽도록 일을 해야 하는 농노들에게서 시작되었다. 지주계급은 자본가로 변신 하여 지대와 이자만으로 더욱 부자가 되었다.


부의 창출은 노동을 통해 재화를 생산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자는 일하지 않고도 더욱 부자가 되었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는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가 되어 버렸다. 한국처럼 제한된 국토에 과밀한 인구 구조는 땅만 가지고 있으면 노력 없이 부자를 만들어 주었다. 진작 규제를 했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자기부터 부자 되려고 문제의 심각성을 눈 감았다.

셋째는 ‘양심 없는 쾌락’ 을 지적했다. 사람은 누구나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절제하지 못하는 쾌락의 추구는 범람하는 강물처럼 자신과 주변을 황폐화 시킨다. 어른도 문제이지만 아이들이 게임 중독에 빠져 인생을 낭비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도박과 섹스의 유혹은 강력해서 한번 잘못 빠지면 자신의 영혼이 파멸 할지도 모른다.

넷째는 ‘특성없는 지식’ 은 해악을 낳는다. 전문적인 지식없이는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 지식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데 쓰여져야 할 것이다. 지식이 오로지 돈벌이를 목적으로만 쓰여질때 선량한 많은 사람들을 속이는데 쓰일지도 모른다.

다섯째는 ‘도덕없는 상거래’ 를 경고 했다. 도량형 제도의 확립은 옛부터 상거래의 주요덕목이었다. 이익만을 추구하여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일한다고 가보면 형편없는 물건이든지 매진되고 없다고 하는 경우, 화려하고 거대한 포장 속의 초라한 내용물, 가격표를 엉뚱한데 붙여 혼란을 일으키는 것 등, 이제는 광고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여섯째는 ‘인간성 없는 학문’ 을 지적 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공부를 자유롭게 할수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학문의 연구도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지식과 일맥 통한다.

일곱째는 ‘자기 희생없는 신앙’도 죄악이라 했다. 종교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서로 사랑하라는 교리의 원리도 같고 신앙의 뿌리도 같은데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있다. 종교를 앞세워 약한 민족을 침공했고 신앙의 이름으로 부자되기를 바란다면 커다란 죄악이다.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희생이란 말은 너무나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희생정신으로 자기 신앙을 지켜가는 이들이 있어 인류 희망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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