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열과 압력의 가치’

2021-06-07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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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이 땅속 깊은 곳에서 강한 열과 압력을 받으면 석탄을 구성하는 치밀한 결정구조로 완벽하게 재배열되어 다이아몬드가 된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탄소 결정체는 막강한 내구력을 갖게 되며 황홀한 빛을 반사한다.

그 단단함과 반짝임 덕분에 다이아몬드는 가치 있는 것의 상징이 되었다. 가치 있는 보석은 순수하고, 그 구성 요소들이 적절히 배열되어 있고, 반짝거린다. 이 말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사람이 빛이 난다고 할 때의 그 빛은 고도로 집중된 의식에서 발산되는 광채를 의미한다.“ (조던 피터슨의 ‘Beyond Order’ 중에서)

인간 내면의 통일성이 허술하면 그 인생은 불안정하다. 삶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인생을 산다. 인간에게도 열과 압력이 필요하다. 열과 압력을 통하여 허술하게 배열된 인간 내면과 통일성을 재배열하게 된다.


러시아의 천재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이런 체험이 있었다. 약관 24살에 발표한 ‘가난한 사람들’은 그를 유명인사로 올려놓았다. 이에 그는 러시아의 문단의 중요 인물로 떠올랐다. 우쭐해진 그는 사회급진주의자가 되어 정치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당국에 체포된 후 사형언도를 받았다.

교수대에서 처형당하는 운명의 날은 다가왔다. 사형장에서 검은 두건이 얼굴에 씌워지고 총살당할 세 명의 죄수들과 함께 말뚝에 단단히 묶여졌다. 사격수들은 지휘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급하게 말을 타고 달려온 전령이 “사격중지“를 외치면서 흰 봉투를 꺼내 놓았다. 4년 간 시베리아 강제 노동형에 처한다는 특별 사면령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엄청난 열과 압력의 현실 앞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완고한 자만심을 깨트렸다. 인생관은 변화되었다. 사면의 순간을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받아들였다.

앞으로는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는 창의적인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시베리아 옴스크 수용소에 들어간 후 그동안 거부했던 성경을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수용소 안에서 읽은 성경은 그의 내면에 새로운 통찰과 새 생각을 불어 넣어 주었고, 인본주의적 인생관을 신본주의로 바꾸어 놓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통하여 문학천재로 다시 태어났다. 열과 압력은 흩어진 가치관을 재배열한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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