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가족사/이민사 작성하기

2021-05-20 (목)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크게 작게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는 현상이지만, 한인사회내 이민 1세들의 구성비는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숫자는 833명인데, 한국으로 영구귀국한 한인들의 숫자는 838명으로 유입보다는 유출된 인구가 더 많아졌고, 초기 이민1세들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민 1세들의 인구감소는 한국어 사용 비즈니스나 종교 집회 등의 활동의 급격한 축소 현상을 본다.
한인사회에서 세대를 이어가는 비즈니스를 간혹 보게 되지만, 대다수의 비즈니스들은 당대에서 정리되고 있다.

한인교회에서도 2세들 목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2세들이 성장하며 70-80%가 한인교회를 떠나 다민족교회, 또는 2세들이 설립한 교회에서 부모들과는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2세들 중 2/3가 타민족과 결혼하며 8세 이하 한인아동들의 혼혈 비율은 43%에 이르고 있는데, 혼혈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향후 한인혈통으로 간주되는 범위는 부모 중 한사람에서 조부모 중 한사람일 경우에도 적용되는 개념으로 확대되리라고 예견된다. 미주한인이민사회는 1세 중심에서 이민이 중단되며 2세 중심으로 급격히 선회하며, 3세로 이어지는 독특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1세와 2세의 연결고리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껏 계속 강조되어 왔다. 가급적 2세들이 한인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이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하며 한인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사회, 봉사, 종교, 직능단체들 등 한인사회 단체들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과제이다.


가정적인 차원에서도 2세들에게 뿌리를 심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1세의 입장에서 때로는 2세들의 개념과 사고방식을 용납하기 어렵고, 한편 2세들의 입장에서 볼 때, 1세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1세들의 중요한 관점이 생존과 번영이라면 2세들은 경쟁과 사회적 인정이라는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세로서 2세들에게 한인의 뿌리와 정신을 남겨주고 싶어하지만, 대화의 부족이나 관점의 차이로 2세들과 대화가 진행되지 못하거나 아예 불통이 되어 세대간 중요한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마르쿠스 리 핸슨(Marcus Lee Hansen)교수는 이민사 연구와 관찰을 통하여 독특한 현상을 언급한다. 2세들은 1세들의 전통이나 사고방식을 잊고자 하는데, 3세들은 2세들이 잊고자 하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What the second generation wants to forget, the third generation wants to remember.” 핸슨 교수는 덴마크인 아버지와 노르웨이인 어머니 사이에서 1892년 위스컨신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역사학자로 하버드 대학 등에서 연구하고, 노르웨이-아메리컨 역사협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다가 1938년에 사망했는데, 미국사회 이민연구에 대한 큰 업적을 남긴 분이다.

한인들의 경우도 3세에 이르면 뿌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혹여 2세들과 불통으로 뿌리교육을 포기한다면, 3세에 이르러 이들에게 제대로 전해줄 내용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 아무런 기록이 없이 1세가 사망하면, 2세가 그 내역을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고, 3세는 피해자가 되어버린다. 나의 가족사와 이민사를 글로 적어 자녀들에게 한 부씩 전하며, 너의 자손들이 뿌리를 알고자 할 때 전하라고 당부하면, 향후 가보1호로 어떠한 물건의 가치보다 소중하게 전해질 것이다. 한미헤리티지협회 (Korean-American Heritage Society: KAHS)에 문의하여 번역 뿐 아니라 가족사/이민사 작성요령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