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지금…돌아보니 LA 폭동은 새옹지마와 같았다

2021-04-27 (화)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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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LA 폭동 29주년이 된다. 정말이지 폭동의 잿더미를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피땀 흘려 이룩한 가게로 폭도들이 들이닥쳐서 물건을 훔쳐갔고 불까지 질렀다.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도를 넘는 경찰의 폭력적인 매를 맞고 잡힌 로드니 킹과 우리 한인들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왜 경찰은 우리의 가게를 지켜주지 않고 있는지,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땅을 치며 소리쳤지만 보상은 커녕 주류언론은 한인들이 흑인 인종차별 주의자들이라고 매도까지 했다.

LA 폭동은 한인들이 다인종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하였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으로 성공해서 금의환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당당하게 뿌리내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에서 평등과 정의에 대한 규정은 정치력이 기본이고, 미국에 당당하게 뿌리내리고 살기 위해서는 한국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작동방식을 알고 그 작동방식을 가지고 우리의 이익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29년이 흘렀다. 우리는 다시는 29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열심히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운동을 지속 하였고, 미국사회를 알고 미국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하여 수많은 교육 활동을 하였다.

마침내 4명의 한국계 연방의원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도시에 수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진출을 하였다. 연방의회에도 커뮤니티 차원에서 유대인들이 대표적으로 집단적인 방문을 했다면, 한인 커뮤니티도 집단적으로 의회를 방문하여 한인 커뮤니티의 아젠다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그런 상황에서 낙심을 하고, 침을 뱉고, 미국을 등지지 않고, 오히려 미국사회에 더 맹렬히 뿌리내리기 위해서 지난 29년 동안 우리는 LA 폭동이라는 화를 복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렇다고 움츠려 들거나, 비겁해지거나, 나약 해지지 않았고, 우리는 미래를 향해서 쉼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린 지금 코로나로 인한 아시안 혐오범죄라는 또다른 복병을 만났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가 LA폭동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듯이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아시안 혐오 범죄들을 극복하고 미국사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커뮤니티로 부상할 수 있다.

전인류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라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다 공격했다. 똑같이 코로나의 시험을 치르면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훨씬 자기 방어를 잘했다.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는 어려운 시기에도 오히려 더 어려운 동포들과 관공서와 타민족들을 돕기 위해서 발벗고 나섰다.


똑같이 치러진 코로나 시험에서 오히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었다. 각박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커뮤니티가 서로 돕는 이웃사랑의 불꽃을 더 뜨겁게 피웠다. 우리는 분노하여 이성을 잃고 남을 공격하지 않았고, 우리는 더 어려운 이웃을 찾아서 그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더욱더 강한 유대력, 더욱 자신감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다인종 다민족 사회에서 더욱 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똑 같은 코로나 상황속에서 우리들의 자녀들이 공부를 비롯하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들의 시대에 그들이 가장 앞설 것이다. 지금은 실업보험에 의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열심히 찾고 있거나 문닫은 가게를 새로 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 그 희망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시안 혐오 범죄에 두려워 하지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열심히 유권자 등록하고 투표에 참여한다면 그것 또한 머지않아서 더욱더 신장된 정치력을 만들 것이다. 다인종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모든 정의와 평등의 기본은 정치력이기 때문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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