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COVID-19의 역설, 김치 인기의 비결은?

2021-04-26 (월) 조정은/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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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억 4451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특히 미국(55.8%), 홍콩(56.6%), 싱가포르(79.0%) 등의 국가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를 덮친 ‘COVID-19’라는 악재 속에서 김치의 인기가 이렇게 유래 없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BTS 등 한류 문화의 인기가 높아진데다 과거 ‘이민자 식품’, ‘스팅키 푸드(stinky food)’로 여겨졌던 김치에 대한 인식이 면역력 개선 등의 효능을 보유한 “건강한 식품”으로 개선된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세계김치연구소는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장 부스케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김치와 같은 발효 채소 섭취가 COVID-19로 인한 사망률·중증화를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치 원료에 있는 각종 항산화 성분이 인체 항산화시스템을 작동시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등 염증 반응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스(SARS), 메르스(MERS) 사태를 겪을 때마다 한국이 이러한 전염병에 유독 강했던 이유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김치는 항바이러스 효능 이외에도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면역질환 개선, 항암 등 기능성에 대한 다수의 연구 결과가 이미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 군집) 분석 결과, 김치 유산균이 장내 미생물의 군집을 조절해 유해균은 감소, 유익균은 증가하여 항비만 효과는 물론 아토피 피부염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김치가 이런 호황을 누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치는 우리가 먹는 ‘식품’으로 무엇보다도 위생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식품으로서 가치를 잃게 된다. 국내산 배추김치는 생산·유통과정의 안전성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8년부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의무적용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배추김치를 생산하는 모든 제조업체는 반드시 HACCP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김치업체의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HACCP 의무적용 대상을 늘렸고 현재는 모든 김치제조업체가 HACCP 인증을 받았다. 따라서 해외로 수출되는 모든 국내산 김치는 HACCP 인증을 받은 ‘믿고 먹을 수 있는 김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김치업체가 HACCP 인증을 받기 위해선 기존 시설의 개보수가 불가피하여 시설투자·보완에 따른 비용이 따를 뿐만 아니라, 집중적 관리를 위한 전문인력 배치 등 영세한 김치업체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또한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여 위해요소를 예방하고, 위해요소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품질검사를 하는 등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절임 등 김치 제조에 사용하는 물도 지하수는 사용할 수 없으며, 수돗물만 가능하다. 이런 각고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HACCP 지정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중대 이물은 평균 34.8% 감소하는 등 김치의 위생 안전성은 크게 개선되었다.

김치는 여러 가지의 원료가 다양한 제조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복잡한 식품이기에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위생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아무리 맛이 좋고 몸에 좋아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끊임없는 위생 안전 강화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사랑과 선택을 받을 뿐만 아니라 김치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조정은/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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