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봄이 오고야 아카시아 나무는

2021-04-26 (월) 곽상희/ 올림포에트리, 계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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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야 아카시아 나무는
바람에 떨며 잎을 피우고 향기를 위해
자신이 앓는다는 사실이 즐겁다

봄이 오고야
제비 꽃은 긴 겨울 땅밑에서
오롯 그리움에 발돋움하며
자랑스럽게 봄을 기다렸음을

버드나무는 겨울찬바람 속에 어엿 줄을 서고
오디 하나를 위해 뽕나무와 함께 봄비를 견딘 일이
봄이 온 후 지하에 있던 개미들도 앞서며 뒤서며
그들의 왕국이 세상에 덕이 됨을 안다

봄이 오고야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 슬픈 노래를 부른
그 시인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봄이 오고야 비로소 사람들을 위해
어제 온 봄비에 오늘 이슬방울 하나에 내린
아침빛에 온세상이 하나가 되고
하늘과 땅이 하나의 열린 문으로
빛나고 있다는 사실이
아카시아 나무는 하얗게 하얗게 즐겁기만 하다

<곽상희/ 올림포에트리, 계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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