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경락의 법률 칼럼-“Objection!”

2021-04-21 (수) 손경락/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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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 격인 검사나 변호사가 증인에게 결정적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상대편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며 “Objection!”(이의 있습니다!)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가끔 등장한다.

검사나 변호사의 질문이 부적절하거나 증인의 진술이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증거 채택을 방해하려는 것인데 실제 재판에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증거물이나 증언은 배심원단의 평결에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번에는 이렇게 이의 제기를 하는 대표적인 경우들에 대해 알아본다.


1. Not relevant: 변호사가, 사건과 무관한 질문이나 증거물을 제시한 경우
예를 들면, 마약 사건 증인에게 “당신은 폭력전과가 있습니까?”라고 질문한다거나, 절도 사건 피고인에게 배심원의 동정심을 끌어내기 위해 “엄마가 가출했다는데 어린 자녀들은 지금 누가 돌보고 있나요?”등의 질문은 사건 연관성이 없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2. Prejudicial: 편견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질문
음주운전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당신은 난폭운전 전과가 있지요?”, 또는 가정 폭력 사건에서 “당신은 양육비도 몇 달 째 안 보내고 있지요?”와 같은 질문은 배심원들의 편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의 제기 감이다.

3. Leading: 유도신문
증인을 신청한 당사자가 최초로 행하는 신문을 직접신문, 상대편 변호사가 하는 신문을 반대신문이라고 한다. 직접신문은 원칙적으로 유도신문이 금지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로 시작하는 질문만 해야 하고 이를 벗어나면 이의를 받는다.

왜냐하면 통상의 경우 재판 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우호적 인물을 증인으로 신청하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증인은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4. Asked and answered: 물어본 걸 다시 물어보는 경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은 후 반복 질문을 할 때 하는 이의 제기이다. 이전과 반대의 답변을 받아내거나 더 유리한 답변을 듣기 위해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인데 이를 봉쇄하기 위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5. Speculative: 증인이 추측성 답변밖에 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
예를 들어 살인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에게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 사건의 내막을 잘 모르는 경찰로부터 올바른 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의제기 대상이다.

6. Hearsay: 전문 증거
증인이 자신이 경험한 게 아니라 누구에게 들은 것을 법원에 보고하는 것을 전문 증거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목격자 A에 의하면 B가 범인이라고 말했어요.”와 같은 경우이다. 이런 진술은 아무리 그럴 듯하더라도 진실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대 신문권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증거 효력이 없다.

그러나 그 전문 증거가 확고한 사실이거나, 신문의 목적이 사실관계 입증보다 정황 설명을 위한 것이라면 다양한 예외 케이스가 인정된다. 그 중 몇 가지만 열거하자면 의사 소견서나 세무당국에 보고된 기업체의 영업기록, 집문서나 운전기록 같은 공적 서류 등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또 범인의 자백, 매우 충격적이거나 다급한 일을 당해 거짓말을 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서의 발언, 발언자가 죽음을 앞두고 한 말도 증거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에 예외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이다.

이상과 같은 신문 유형을 염두에 두고 법정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면 변호사가 “Objection!”이라고 외칠 때 나름 작품 감상의 묘미를 더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손경락/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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