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재미한인이민사의 키워드

2021-04-15 (목)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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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한 마디 말’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그 상황을 이해하는데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 ‘한 마디 말’에 모든 것이 묻혀서 사실이 왜곡되거나 본질이 은폐될 수도 있다. 이러한 ‘한 마디 말’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좀 광범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사인 재미한인사회를 함축적이고 정확하게 ‘한 마디 말’로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말과 의견을 모을 수 있을까? 그것은 재미한인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학자들의 말과 의견을 모아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즉 학자들이 연구해온 그들의 연구논문의 제목을 모아보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말과 의견을 모으는 것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퀸즈대의 재외한인사회연구소(소장 민병갑)에서 지난 2009년에 만든 미국 내 재미한인들에 관한 연구논문 목록을 이용해서 학자들의 말과 의견을 모아봤다. 이 연구논문 목록에는 499건의 학술논문이 수록되었다.

재미한인사회를 연구한 논문들의 제목을 보이얀트(voyant-tools.org)라는 프로그램에 넣어 어떤 어휘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는가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관사나 전치사와 같이 의미 없는 어휘를 제외하고 총 7,128개의 의미 있는 단어가 사용되었으며, 중복되어 사용된 어휘들을 제외하면 모두 1,547개의 의미 있는 어휘들이 재미한인 연구논문의 제목으로 사용되어졌다.


그 가운데 Korean이란 어휘는 전체 사용된 어휘의 29%에 해당하는 445번이나 사용되었고 American은 11%에 해당하는 162번이 사용되어졌다. 그 밖에 사용되어진 어휘들 가운데 10번 이상의 빈도수를 나타내는 어휘들을 살펴봤다.

먼저 빈도수가 50회 이상 사용된 어휘들의 대부분은 재미한인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재미한인들을 지칭하는데 Korean과 American을 제외하고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된 어휘는 87회 사용된 이민자란 뜻의 immigrant이다.

또 55회 사용된 immigrants‘와 단어를 합하면 한인들을 지칭하는 ‘이민자’란 어휘는 142회나 사용되고 있다. 이는 재미한인의 이민 역사가 110년을 넘었지만, 아직도 재미한인 이민사회는 이민자의 사회로 강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50회 이상 사용된 어휘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어휘는 여성을 뜻하는 women이란 어휘였다. women과 관련된 연구자들의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women이란 어휘의 빈도수가 다른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어휘들보다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많은 연구자들이 재미한인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재미한인 이민사회를 나타내는 어휘로 인식하고 있고, 또 그만큼 재미한인 여성들이 재미한인 이민사에 끼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10회 이상 사용된 어휘들 가운데 비슷한 의미를 갖거나 서로 연관된 의미를 갖고 있는 어휘를 연결해보면, identity identities-ethnicity가 49회, culture cultral- acculturation이 45회, elderly-older가 43회, conflict white-black이 43회 business-enterpreneures가 42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재미한인이민사에서 정체성, 문화, 노년층, 갈등과 같은 어휘들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을 나타내는 어휘들은 로스엔젤레스가 56회, 뉴욕이 27회, 하와이가 18회, 시카고가 10회씩 사용되어져 재미한인 이민사에서 각 지역이 갖는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재미한인 이민사가 주로 이들 4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말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볼 때 120년 가까운 재미한인사회 역사를 나타내는 ‘한 마디 말’, 즉 10대 중심단어들(Key Words)은 ①코리안 아메리칸, ②이민자, ③여성, ④정체성, ⑤문화, ⑥노년층, ⑦갈등, ⑧비즈니스, ⑨로스엔젤레스, ⑩뉴욕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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