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백인들 중 독일계가 약 5,000만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아일랜드계다. 아일랜드계들이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서 미국으로 대거 이민을 했던 것처럼, 독일계도 1800년대에 독일에 대 기근이 들면서 미국으로 대규모 이민을 했다.

미국으로 온 독일인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철저히 지키면서 독일어 학교를 운영했다. 그러나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의 독일계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게 되었다. 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일본계가 수용소에 갇혔다면 인구가 많은 독일계는 수용소에 가둘 수 없었고, 14세 이상 독일계 남성 25만명을 외국인(Alien)으로 등록하게 하고 특별 거주 카드를 발급하고 늘 감시를 했다.

이후에는 여성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이동의 제한과 모임을 금지했다. 그리고 이 규정을 어긴 6300여명을 체포했고 그중 2048명은 유타의 특별수용소에 감금했다. 이때 독일계는 이름과 지명 그리고 회사 이름들도 모두 영어로 바꾸었다.

2차대전 때는 수십 만에 달하는 독일계 젊은이들이 징병이 되어 자기 민족과 싸웠다. 이러한 어두운 역사를 가진 독일계는 미국내 가장 많은 백인들이지만 본인들의 출신을 말하길 지금도 꺼리고 있고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다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이들은 미국내에서 인종적 차이로 인한 차별의 대상은 아니다. 반면에 아프리카계와 중남미계 그리고 아시아계는 어떠한가? 어제 이민 온 유럽인들보다 더 일찍 미국에 정착했어도 인종의 차이로 인해서 이민 온 순서와 상관없이 늘 차별의 대상이다.

중에서도 아시아계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심지어 연방의원이 되어서도 차별을 받고, 1,2 차 대전 때 적성국 출신들에게나 행해졌던 그런 공격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아시아의 맹주 중국과 미국의 대결은 더욱더 미국내 아시아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매일 뉴스를 타고 나오는 대만과 중국의 긴장 그리고 대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내 아시아계는 대만 출신이건, 한국 출신이건 일본 출신이건 상관없이 도매급으로 중국계로 취급되어 미국내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아시아인에 대한 공격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데 이러다가 전쟁이라도 난다면 그래서 미군 사상자라도 나온다면 미국내 아시아계의 처지는 참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에서 여전히 남한을 보호한다고 미국과 북한이 전쟁 상태에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사소한 교전이 확전이 된다면 미국내 남한 출신들 모두 도매급으로 북한 출신으로 공격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911 사태 때 미국내 중동 출신들과 무슬림들이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는지 똑똑히 보았다. 미중 대결로 인한 가장 심각한 피해는 미국내 아시아인들이 받게 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화풀이의 대상은 당장 미국에 살고 있는 한반도 출신이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하루 빨리 해결되고 멈추길 바랄 수 밖에 없고 개인적 출세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결집과 정치력 신장을 우리 모두의 사명으로 삼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