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영화‘미나리’와 쓸모성

2021-03-26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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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2021)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는 등, 신문에서 하도 요란하게 떠들어대고 있기에 ‘미나리’를 보았다.

제이콥(Steven Yeun 연) 가족은 아칸소 주 시골에 정착한다. 병아리감별소에서 근무한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보고서, 아들이 “저게 무어냐”고 묻는다. 아빠 제이콥은 아들에게 “수놈은 맛도 없고, 알도 낳지 못하고, 아주 쓸모가 없기에 불에 태워 죽인다.”고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아빠는 “우리는 꼭 쓸모가 있어야!”해 강조한다.

아빠는 땅을 경작한다. 그리고 채소를 심는다.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제이콥의 장모 할머니(윤여정 연)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열심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개울로 간다. “아, 여기에 미나리를 심으면 참 좋겠다.”고 말한다. “야, 너희들은 미나리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지? 미국 바보들은 미나리가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미나리는 아무 데나 심어도 잘 자란다. 누구나 뽑아먹는다. 미나리는 김치에도 넣고, 찌개 해서도 먹고, 그리고 국에도 넣어서 먹는다. 아프면 약도 된다. 미나리는 원더풀이다.”

미나리는 아무나 뽑아먹을 수 있기에, 쓸모 있는 채소라면서 개울가 바로 위 언덕에 미나리를 심는다.
할머니는 뇌졸중에 걸려 오른쪽 팔이 마비되었는데도, 그래도 쉬지 않고 집안 청소를 한다. 아파도 쓸모 있는 할머니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끝 장면에서, 아빠는 아들 데이빗을 데리고 미나리 있는 곳으로 간다. 아빠는 “할머니가 아주 좋은 자리에 미나리를 심어놓았구나.” “미나리가 스스로 잘도 자라고 있구나.” “맛있겠다.” 그리고 아빠는 미나리를 캔다. 데이빗도 아버지가 미나리 캐는 것을 도와준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는 ‘수컷병아리’ 취급을 받았었다. 아들을 선호한 이유는, 유교에서는, 아들을 통해서만 집안의 대(代)를 이어가는 것이다. 아들은 자라면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온다.

부모가 늙어지면 아들이 부모를 모신다. 여자들은 시집가면 시댁에서 산다. 여자들은 돈도 벌어오지 못한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에 비해 쓸모가 적었다. 그 결과, 태아검사를 해서 여아인 경우, 여아를 낙태시켜버렸다. 여자가 부족해졌다. 젊은이들은 외국에 가서 신부를 구해와야만 한다.

그런데 한국 젊은 여자들은 결혼을 안 하려고 한다. 결혼 했다고 해도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한다. 여자들이 대담해졌고 그리고 배짱이다. 지금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인구가 감소해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는 모르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어졌다. 여자가 오히려 더 쓸모 있는 존재로 변했다. 여자도 밖에 나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온다. 여자도 회사의 사장이 되고 장관도 된다.

남자들은 아이를 못 낳는데 여자들은 아이를 낳는다. 부모가 늙어지면, 아들이 아니라, 딸이 부모를 모신다. 요새는 남자가 수컷병아리 신세로 전락되어지고 있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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