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빛을 나르는 자

2021-03-23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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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도시국가인 코린토스(성경의 번역은 고린도)는 분쟁이 많기로 유명하였다. 바울이 창립한 고린도 교회도 분열과 파쟁이 심하여 바울은 편지를 썼는데 이 편지가 성경의 고린도서이다.

코린토스에서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당시의 세계인 지중해 연안의 몇 나라들이 모여 경기를 한 것이다. 이 경기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횃불 릴레이다. 이 경기는 네 명의 주자가 한 팀이 되어 각자 일정한 거리를 뛰어 다음 선수에게 횃불을 전달한다.

빨리만 달린다고 이기지 못한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달려야 한다. 지금도 올림픽 개막식에는 횃불 릴레이가 있다. 코린토스 화폐에는 “빛을 전달하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횃불 나르기 경주의 정신을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민족은 작은 나라가 남북으로 절반이 갈리어 이미 77년 동안이나 딴 나라가 되어 살아왔다. 세계에 없는 비극이 우리 조국에서 발생한 것이다. 요즘 많은 도시에서 ‘불 밝히기 운동’(Light the night)이 전개되고 있다.

뉴욕의 밤도 낮과 같이 밝다. 전력이 엄청 많이 들지만 밝으면 활동력이 커지고 범죄도 줄어든다. 예수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고 선언한 뜻도 여기에 있다. 사랑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라는 의미이다.

죄는 책벌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경찰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한 평범한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된 역사가 있다. 그는 루마니아 출신 유대인으로 16세때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으며 아버지가 매 맞아 죽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하였고 수천 수만의 생명들이 독일군에게 학살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기가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거나 유명 작가가 되고 대학 교수가 된 것을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그의 노벨상 수상 연설처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악을 고발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호소하는 것으로 삶의 목적을 삼고 살아온 것이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렇게 말하였다. “엘리 위젤은 자기의 체험에서 얻은 메시지를 꾸준히 인류에게 전달한 산 증인이었다.” 그는 빛을 나르는 자”였던 것이다.

성경 기자 중 한 사람인 요한은 “빛이 세상에 왔으돼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했다’(요한복음 3:19)고 한탄하였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빛의 전달자가 됨을 가르친 말씀이다.


찬송가(461장) “캄캄한 밤 사나운 바람 불 때”는 고 김활란 박사가 뉴욕 사범대학을 다닐 때(1921년 22세) 지은 시이다. 1919년에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들어갔다.

만세운동의 주동자로서 목사 장로 전원과 많은 기독교인들이 고통을 당하였는데 소녀 김활란은 그래도 우리 민족의 장래는 밝다는 희망의 노래로서 이 시를 쓴 것이다. 이 노래는 이렇게 맺고 있다.

”절망 중에 사공이 한 줄기의 밝은 빛 보고서 배 안에는 하나님이 계신 줄 믿고 기도 올린다. 모진 바람 험한 물결이 제 아무리 성내어 덮쳐도 권능의 손이 노를 저으시니 오 밝은 바다라”

한국 뉴스를 보면 미세 먼지 때문에 하늘 전체가 어두워졌다. 먼지는 세상을 어둡게 한다. 시야를 가리고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죄된 마음, 욕심, 미움, 싸움 등은 먼지이다. 세상을 어둡게 한다. 이런 때일수록 빛을 나르는 자가 많아야 한다. 바르게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작은 구석이라도 밝아질 것이 아닌가!

뉴저지에 평생 살고 연구에 몰두한 토마스 에디슨 씨가 맨하탄 빌딩에 전기 가설을 하였을 때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하였다. “에디슨 씨는 방마다 계란 모양의 유리 알들을 매달고 스위치를 넣자 밤이 낮과 같이 맑아져 사람들은 함성을 올리고 기뻐하였다.” 램프의 백 배는 더 맑을 것이라는 평도 썼다. 전기의 발명은 세상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되었을 때의 목격자는 이런 표현을 하였다. “큰 빛이 번쩍 하는 순간 한 도시가 없어지고 말았다.” 같은 빛이라도 죽이는 빛도 있고 살리는 빛도 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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