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이른 아침 출근 열차 안 풍경이다. 밖은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 끝이었다. 열차 안의 승객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가벼운 취침에 빠져 있었고 간혹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는 몇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열차 안은 그렇게 조용했다.

열차가 ‘병원 역’에 정차하고 출입문이 열렸을 때였다. 어린아이 셋과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적막했던 열차 안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개구장이 남자 아이는 누나의 머리핀을 몰래 뽑더니 딴 전을 피우며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누나가 일어나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생의 머리에 꿀밤을 날려 보냈다. 아이는 앙앙거리며 아빠의 응원을 청했다. 그러나 아빠는 전혀 딴 세상 사람처럼 어두운 얼굴에 두 눈은 닫혀 있었다.

아이들은 이제 통로에서 본격적인 레이스 채비들을 하고 있었다. 장난기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한 아이가 넘어지면서 승객의 양손에 펼쳐진 신문지를 찢어버리고 말았다. 승객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아이들의 아빠를 향하여 말문을 열었다. ‘보세요! 아이들 아빠지요? 아이들을 좀 어떻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때서야 아이들 아빠는 열차 안의 분위기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머리 숙여 힘없는 음성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참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조금 전 아이들 엄마가 병원에서 숨졌거던요... 저 아이들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저도 저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순간 열차 안은 갑자기 냉각수를 끼얹듯 숙연해지고 말았다. 상황이 변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철없는 아이들은 여전히 이리 저리 뛰고 있지만 누구 한 사람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해가 이해로 변한 것뿐이다.

오래 전에 가이드 포스트지에 실렸던 글을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해 보았다. 오해와 이해가 어떻게 다를까?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를 생각케 하는 상황 스토리였다.

세상만사는 오해와 이해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통하면 이해가 되는데 불통하면 오해가 된다. 서로가 모르면 오해가 되고, 알면 서로 이해가 된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비결은 소통이고, 상대방의 아래에 서면 이해(Understand)가 된다.

상대가 알아서 이해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 미리 소통을 한다면 세상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묘한 존재이다. 부드럽기로 말하면 공기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할 때는 금강석보다 딱딱해지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을 좁히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가 없다.

그러나 마음을 넓히면 우주를 통째로 집어넣고도 남는 것이 마음이다. 오늘도 우리 모두가 마음을 활짝 열어 소통하고,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