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백신과 마스크 해방

2021-03-10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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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텍사스의 수백만 가구가 강타한 기록적인 한파로 정전사태를 일주일간 겪었다. 이때 텍사스 주민들은 물과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아마 지옥과 같은 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텍사스주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다.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등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한파에 따른 누적 사망자가 60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그 내막을 보면 텍사스주와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빚은 참사였다는 것이다.

텍사스 정치인들은 수년전부터 연방정부 규제가 너무 과도하다면서 그런 간섭을 피하기 위해 텍사스주의 전력망과 전력 시장을 시장경제에 맡겼고, 자연재해가 발생하자 제대로 대응을 못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 텍사스주가 이번에 마스크 의무화 규제를 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남부의 약20개 지역 주지사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마스크 규제를 취소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식당을 포함, 모든 사업장에 대해서도 정원의 100%까지 손님을 받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방역 규제 해제는 큰 실수 ”라고 말하면서 이들 주지사들을 향해 “네안데르탈식 사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시인같다는 거의 욕이나 다름없는 말이다. 그러자 연방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스타벅스 등 전국망을 가진 기업들은 이번 규제 완화 지침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텍사스주는 지난 악몽의 정전사태 이후 연방정부에서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던 차였다. 애벗 주지사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텍사스 주민과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 한다.”고 선포했다.

그는 또 “텍사스 주민의 생계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반응이나 대응조치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과 해석을 존중해야 하는 건 민주사회의 기본덕목이다.

그러나 연방정부나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같은 권위 있는 기관조차 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다가 쓰라고 입장을 바꾸는 등 완벽한 기준이 모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1년 이상 이어진 강력한 격리조치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량실직과 봉쇄 등으로 일상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가짜 양성 검사 결과에 대해 일시적 오류일 뿐, 검사 정확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결과가 오락가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용감하게 주장했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을 기반으로 1610년에 출간한 ‘시테레우스 눈치우스’는 유럽의 지식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그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부정하자, 로마 교황청은 1616년 지동설을 공개적으로 옹호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결국 과학이 아닌 종교재판의 고난까지 당하고 재판정을 나서면서도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소위 말하는 무증상 감염자가 지금 도처에 퍼져 있다. 양성 진단은 받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코로나. 백신을 서로 앞 다투어 맞고 있는 지금, 방역당국은 오히려 마스크 두 겹을 쓰라고 했다.

백신 백신 하면서 마스크를 벗기는커녕, 덤으로 더 쓰라면 이건 좀 앞뒤가 안 맞는 처사 아닌가. 먼 훗날에는 지금 코로나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의료진들이 갈릴레이의 후예들처럼 추앙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이제 백신 접종자는 비접종자와 마스크 없이 만나도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론은 매일 코로나 케이스 숫자를 보도한다.. 확진자와 접촉된 사람을 추적하고 확진자로 판정된 사람들은 코로나라는 딱지를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는 지난 한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부디 백신과 함께 마스크 없는 정상 사회를 꿈꾼다. 보다 과학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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