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2021-03-04 (목) 이중희/의사·프린스턴 한국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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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는 세월에 몸을 맡긴 채 살다 보니 벌써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지 45년이 넘었고 나이도 70대 중반을 넘기고 보니 이제는 저 세상으로 떠날 때가 머지않았구나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아직도 남의 나라 인양 낯선 이 나라에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이민 1세는 누구나 한 번쯤 던져 보는 질문일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위상은 하늘과 땅처럼 많이 바뀌었다. 우리 가족이 70년대 중반에 이민을 왔을 때만 해도 주위의 많은 미국 사람들이 Korea라면 어느 아시아 오지나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왔다고 하는 눈총을 받곤 했다. 그러나 이제 그 Korea는 분명히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발전하였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호기심 많은 외국인이 필연적으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나 위대한 역사 인물은 누구인가 알아보고 싶게 될 것이다. 우리 5,000 년 역사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두 인물을 꼽으라 하면 우리는 단연코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을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울의 관문이요 관광 1번지인 광화문 광장에 두 분의 동상을 나란히 모시고 수도 서울의 얼굴로 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충무공 이순신은 나라가 존망의 갈림길에 처했을 때 목숨 바쳐 나라와 백성을 살려내어 영원한 충효의 표상이 된 것이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정해 불사조 같이 칠전팔기 일어나는 불굴의 정신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격을 소유하는 것은 4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되며 우리 후손에게는 민족적 자존심과 자긍심을 심어 주신 자랑스러운 선조인 것이다.

그동안 바쁘고 어려운 이민 생활로 많은 이민 1세들이 우리 후세대에 시간을 내어 우리의 뿌리 교육을 시키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2세들이나 손자손녀들에게 위대한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선조들을 찾아내어 알리고 교육해 우리의 후손들이 인생의 role model이나 mentor로 삼고 인생의 길잡이와 동반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충무공 이순신을 알아도 많이 알지는 못하는 우리 동포들을 위하여 이 기회에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의 이내원 선생이 2014년에 설립 운영하고 있는 ‘이순신 미주교육본부’ 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교육본부는 전 세계 한글학교 학생들과 한인 2세들에 이순신 장군의 인성과 리더십을 함양하여 한민족으로써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어 그들이 속해 있는 주류사회의 인재로 양성하고 전 세계에 이순신 장군의 참모습을 알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등 민간외교에 기여함을 설립목적으로 한다.

이내원 선생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재학중 수업료 감면 혜택으로 나라에 빚을 졌다고 생각하시며 미국 이민후 수십년간 한인 2세들의 교육에 열성을 기울여 대한민국 대통령, 교육부총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중의 해외 교육 유공자 표창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항상 이민사회의 장래를 위해 2004년부터 미주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한국 학생들이 ‘ 이순신 정신 인성 ‘ 을 배움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하도록 yisunshinusa.com을 개설 운영하였고 2016년에는 한국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 독어, 중국어, 일본어 등 세계 7대 국어로 이순신 세계교육용 사이트yisunsinworld.com 을 개설하여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이순신 세계 한국학교 글쓰기 공모전을 시작하고 지난해에는 코비드-19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학생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충무공 이순신 알리기 동영상 만들기 ‘로 전환하여 네델란드, 러시아, 중국, 일본,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미국, 캐나다 등 9개국 학생 약 100명의 참가를 이룩했다는 흐뭇한 소식을 접했다.

우리는 꿈이 많은 어린 시절, 위대한 위인들의 전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우리도 그분들을 닮고 그분들의 길을 걸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보면 이러한 길잡이를 알고 배우게 된 것이 한평생 얼마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인생의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지 않았나 생각하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재물보다 더 귀한 문화유산과 뿌리의 중요성을 물려주어 그들의 인생에 좋은 반려자가 되어주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남겨주어야 할 무형의 유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중희/의사·프린스턴 한국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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