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론 김 대 쿠오모

2021-03-03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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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계로서 미의회에 입성한 인물 하면, 연방하원 5선에 성공한 그레이스 맹 후보를 들 수 있다. 반면, 한인커뮤니티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런 론 김 5선 의원이 있다.

론 김 의원(민주당 뉴욕주 하원 제40선거구)은 뉴욕주 역사상 최초의 한인이라는 점에서 한인커뮤니티의 큰 힘이 되고 있다. 2년 전 뉴욕주 중간선거에서 득표율 87%를 기록, 압도적인 표 차이로 4선 진입에 당당하게 성공한 것이다.

1986년 7세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론 김 의원은 당시만 해도 어린 나이에 인종차별을 당하는 힘없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성장 후 부터는 불의를 보면 당당하게 대항하는 젊은이가 되었다.


몇 년 전 그가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날치기 범을 맨손으로 붙잡은 적이 있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 결코 나약한 인물이 아님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한 여성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는 범인을 현장에서 잡은 것이다.

2014년에는 한인커뮤니티에서 맥도널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론 김 의원은 문제해결의 중재자로 나섰다. 사건은 맥도날드 매장 직원이 한인 노인을 쫓는 등 홀대하자 한인사회에서 맥도날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 때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뉴욕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까지 맥도널드 사태의 해결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업적에는 유관순 열사의 생애와 3.1운동을 뉴욕주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

그가 이번에 뉴욕주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와 맞대결을 하게 되었다. 현재 주하원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고령화위원회의 위원장인 그가 “코로나19 기간동안 노인들이 얼마나 기존 의료시스템 때문에 고생을 하는지 직접 목격했다”며 쿠오모 주지사를 비판하고, 조사를 요구하자 주지사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지난주 론 김 의원은 주지사가 ”당신을 파멸시키겠다”며 협박 전화를 해왔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집에서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있을 때 주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정정 성명을 발표하라고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쿠오모의 보좌관은 지난 10일 열린 주의회 민주당 지도부와의 화상회의에서 요양시설의 코로나19 사망자수를 숨긴 사실을 인정했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쿠오모 주지사의 코로나19 대처를 적극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리고 당시 화상회의에서도 요양원 사망자 유족에 대한 주지사 사과를 요구했었다.

론 김과 쿠오모와의 악연은 이미 몇 년 전 부터다. 뉴욕타임스가 “한인 네일가게 직원들이 저임금,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후 직원들을 위한 고용과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이 추진됐었다.


그는 과거 네일가게를 운영하다 실패한 어머니를 기억하고, 취약계층인 이민자들에게 유리한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한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던 뉴욕주지사에게 정면으로 맞서야 했기에 쿠오모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론 김 의원의 편을 들고 나서 쿠오모는 자신의 정치 역사중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은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에 한인커뮤니티는 물론, 주류언론에서도 기득권 골리앗에 대항해 싸우는 미국의 영웅으로 인정받게 될 것 같다.

그가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선거에서 질 게 뻔했던 그를 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 거물인 쿠오모도 그를 꺾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론 김은 명문대 출신도 변호사도 아닌 평범한 한인2세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보면서 정치인의 꿈을 키워 왔다고 한다.

한인커뮤니티는 이제 코로나로 무기력하게 있을 게 아니다. 한인사회 응집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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