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무재칠시(無財七施)

2021-03-01 (월) 성향 스님/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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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무엇을 베푼다고 할 때 보통 어떤 물질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물질을 가지지 않고도 7가지 보시를 베풀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재물을 갖지 않고 베푸는 일곱 가지 보시’라는 뜻으로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나오는 무재칠시(無財七施)의 내용이 있다.

내용을 보면, 어떤 사람이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아 부처님을 찾아가 호소했다.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으니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요?” “그것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입니다. 남에게 주려야 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해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있는 법이다.
첫째, 화안시(和顔施)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고 부드럽고 정답게 대하는 것이다. 얼굴에 환하고 기쁨 가득 찬 미소를 머금은 표정은 그 자체로도 주위의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소중한 보시가 되는 것이다.


둘째, 언사시(言辭施)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대하는 것을 말하니 사랑의 말, 칭찬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부드러운 말 등이다.
셋째, 심시(心施) 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자비심으로 이웃들에게 베푸는 보시행으로 우리가 늘 따뜻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도 소중한 보시이다.
넷째, 안시(眼施) 호의를 담아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대하는 것을 말한다. 부드럽고 안온한 눈빛 하나로도 충분한 보시가 된다.

다섯째, 신시(身施) 몸으로 베푸는 것으로 남의 짐을 들어 준다거나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남의 일을 돕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면 공손하고 반갑게 인사하고, 공손하고 예의 바른 몸가짐은 사람들에게 훈훈한 마음을 안겨 주는 보시행이다. 나를 낮추고 하심(下心)하며 살면 언젠가 내가 존중받은 이가 되어있다.

여섯째, 상좌시(床座施)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비워주는 것을 말한다. 지치고 힘든 이에게 편안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소중한 보시행인 것이다.
일곱째, 방사시(房舍施) 편안하게 쉴 수가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라는 것이다.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서 도와주는 것이다.

“네가 이 일곱 가지를 항상 실천한다면 너에게 복이 따르리라.”
위의 내용은 우리가 일상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거나 진정 남을 위해 베풀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일곱 가지를 행하여 실천하면 공덕으로 복을 받는다고 했다.

보통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것은 얻는 것도 있겠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특히 경제적 정서적 안정이 되기까지 정말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 함께 도움도 필요하다.

전부 실천하기 쉽지 않을지 모르지만 몇 가지는 실천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면 공덕으로 나도 좋아지고 상대도 주변도 좋아진다고 하지 않은가.

코로나 (COVID-19) 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지만 이러한 무재칠시(無財七施)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백신으로 작용하여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두 손 모아 빈다.

<성향 스님/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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