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언-스키, 3무(無)를 넘어서

2021-02-11 (목) 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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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가 스키다. 하지만 흰 눈이 쌓인 높은 산에서 두 발을 긴 판(스키)에 고정한 채 내려온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무지, 무시, 무모, 이 3무(無)만 극복할 수 있다면 스키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생활 스포츠가 될 수 있다.

스키어가 넘어서야 할 첫 번째는 ‘무지’(Ignorance)다. 자동차, 자전거, 핸드폰 등의 공통점은 매뉴얼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차량국(DMV)에 가서 이론 시험에 먼저 합격해야 주행 연습이 가능한 운전 허가증이 나온다.

스키 입문시 요구되는 허가증이나 자격증은 따로 없지만 장비를 다루는데 있어 이론은 필수이며 레슨전 항상 이론 강습을 받아야 한다. 스키 기술에 대한 지식(이론) 유무는 타는 자세에서 확연히 드러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 한 장이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나게 된다.


두 번째는 ‘무시’(Ignoring)다. 초보 스키어는 레슨 후 홀로 복습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복습 시간이 되면 으레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초보자가 중급 코스인 블루에 올라갔다 무릎을 다쳤다던가, 상급 코스인 블랙에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앞 사람을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는 등이다.

초보자에게는 누누이 초급 코스인 그린에서 복습할 것을 강조하지만 강사의 충고를 무시한 채 호기심 반 욕심 반, 더 높은 곳으로 다른 스키어들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런 부상과 사고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바로 받은 초보 운전자가 고속도로 주행에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무모’(Reckless)를 넘어서야 한다. 과격하고 위험한 자동차 운전자를 흔히 ‘난폭 운전자’(Reckless Driver)라고 한다. 다른 차들은 안전거리를 확보, 제한속도에 맞춰 주행하고 있는데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듯 과속으로 다른 차들 앞을 끼어들며 지그재그 식으로 하는 운전은 티켓 대상이 된다.

스키장에서 명심해야할 가장 중요한 규정 가운데 하나는 ‘People ahead of you have the right of way’로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그 길에 우선권이 있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 시 뒷 차가 앞차를 추돌했을 때 책임 소재가 뒷 차 운전자에게 있는 것과 동일하다.

스키에 관한 지식이 전무 한 초보 스키어가 상급 코스인 가파른 블랙에 올라 무모하게 속도제어를 하지 못한 채 내려오다 앞서 가는 스키어를 뒤에서 추돌하는 사고를 낼 때 책임은 100% 뒷사람이 지게 된다.

스키장 안전수칙은 반드시 준수하고, 강사의 지시와 충고를 숙지, 실력에 맞는 코스에서 꾸준히 연습한다면 평생 즐겁고 안전한 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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