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질환 조기치료의 중요성

2021-02-11 (목)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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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착용하고 다니는 마스크와 같은 발음인데, 재미한인의학 간호학 정신과 학자들이 Memory and Aging Study of Korean의 앞자를 따서 MASK, 즉 한인들의 기억력과 노화에 대한 연구로 2010년에서 12년간 1,116명의 한인노인들을 직접 인터뷰해서 우울증의 정도와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 연구가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015년 7월호에 발표되었다. 미국 전체 노인들의 경우 13.5%가 우울증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한인노인의 경우 30.3%가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14.7%는 자해나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심각한 정도에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한인 노인들의 정신과 상담 이용율은 매우 낮아 5.7%에 그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미질병통제국의 통계에 의하면 코비드로 크로즈다운이 시작된 2020년 지난 3월 6월간을 2019년 동기대비 불안심리는 8.1%에서 25.5%로 3배가 증가하였고, 디프레션-우울증은 6.5%에서 24.3%로 4배로 증폭되었고, 약물 중독은 10명에서 1명으로 나타나고, 자살 충동은 2배로 증가한 통계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인들만의 최근 통계는 없지만, 코비드 상황에서, 이민의 뿌리가 약한 한인들의 정신건강은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 분들께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시라고 하면, 본인은 정상이라고 하며, 그러한 제안을 매우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인간관계까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왜 서비스를 받지 못하였는가를 알아보니, 크게 두 가지. 한인들이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을 터부시 하는 경향, 그리고 한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전문가들의 부족이었다.
한인들의 정신질환을 터부시 하는 것은, 정신질환은 가족력이라는 통념에서인지, 정신질환자가 발생하면, 이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차단하고, 은밀히 치료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상담가를 찾기보다는 집에서 상담을 받게 한다거나,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정신질환은 악령의 개입이라 하여, 종교적인 치료로 기도원이나 밖의 세계와는 차단된 장소에서 치유를 시도하는데,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중증으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병을 키워 중증으로 악화될 때에, 본인도 힘들 뿐 아니라, 그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 정신적인 부담감, 그리고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사회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부담해야 할 몫이 함께 확대되는데, 저수지에서 손가락으로 막아도 될 것을 둑이 터져 농경지와 마을이 침수되는 것과 같은 비유라고 할 수 있다.

한인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동안, 다행한 것은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잘 이해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자리를 잡아 왔다는 것. 미국 내 대도시들에서는 한인 전문가들이 곳곳에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본다. 뉴욕 지역에서도, 어떤 분들은 병원이나 시설에서 근무하고, 어떤 분들은 독립적으로 상담실을 개설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는 2015년 뉴욕 주정부 아티클 38을 인가받아 KCS정신건강센터를 한인들의 손으로 개설했다. 한인들의 문화와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인들은 이제 준비된 셈이다.

일반 내과에 가는 것과 정신과에 가는 것에 차이가 없다. 단지 내과는 체계화 되어 있는데, 정신과는 대체적으로 열린 분야라는 것. 내과나 정신과나 모두 보험으로 처리되고, 의료의 범위에서 하나로 처리되고 있다.

내 가족의 성원 중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다거나, 주위를 돌아볼 때 정신질환 관계의 증상을 보이는 이웃들이 있다면, 조기치료를 강권해서라도 시도할 수 있어야 하겠다. 정신질환은 숨겨야 할 병이 아니며, 터놓고 문제를 양성화 해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개인을 살리고, 가족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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