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국수와 한국인

2021-02-02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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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국수의 맛은 긴데서 온다. 함흥냉면쯤 되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기 때문에 도중에 한 번 숨을 돌이키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시작한 국수발을 놓치지 않고 끝장을 내야 한다

나도 무엇을 하든 한 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내도록 노력하며 살아왔다. 적당하게, 대충, 그럭저럭, 등은 국수의 정신이 아니다. 무엇을 하려면 철저하게, 꼼꼼하게, 확실하게 해야 한다. 물론 중도 하차는 절대로 안된다. 마무리를 잘 지어야 성공할 수 있다.

막국수의 덤덤함, 콩국수의 구수함, 칼국수의 소박함, 모밀국수의 단조로움, 냄비국수의 다정함을 우리 한국인들이 지니면 얼마나 좋은 이웃이 되겠는가!


우리가 버려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셋만 만나면 남의 말을 하는 것, 특히 남의 흉을 보거나 남을 비평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옛날부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진다는 말을 하여 왔는데 이것도 버려야 한다. 남이 잘 되는 것을 함께 기뻐하는 넓은 아량이 있어야 한다. 자기의 가족만을 위하는 근시안적인 사랑에서 벗어나 이웃사랑, 인류사랑에까지 내 마음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미국에 오래 전에 와서 미국교회를 목회한 친구가 있는데 미국인과 한국인과의 차이를 기분이라는 점에서 설명하였다. 미국인에 비하여 한국인은 기분파라고 한다. 미국인은 신앙이 기분에 좌우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교회 봉사도 기분이 좋아야 잘 한다. 그래서 부흥회가 필요하다. 신이 나야 움직이는 것이다.

미국인의 신앙생활은 어떻게 보면 형식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교회생활이 언제나 하는 평소의 일처럼 기계처럼 움직이고 변함이 없다. 흥분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교회에 가면 박수도 치고 손도 흔들고 다분히 흥분한 상태이다. 큰 소리로 “아멘!”하고 지르기도 한다. 그것을 은혜받은 분위기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미국에 살며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남이야 어쨌든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 그 때만 넘기면 된다는 임시변통의 생각, 한국에서 많이 보아 온 향락주의, 퇴폐풍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가식 등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소위 일등국민이 된다. 정직을 내 생활철학의 으뜸으로 삼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사실 신앙생활이란 진실의 추구인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자본주의 속에 있으니 물질문명의 사회이다. 그러기에 이런 환경 속에서 정신문명 곧 신앙의 중요함을 되새기게 된다. 내가 하나님의 시야 속에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은 내 마음과 행동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무통제에서 통제 속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대는 물량주의가 팽창한 시대이다. 큰 것이 좋다, 많은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욕심이 부채질을 하여 물량주의는 심각해진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가 축복했다는 기록이 세 번 나온다. 한번은 보리떡 세 개를 들고 축복하셨고, 둘째는 아이들을 안고 축복하셨으며, 셋째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포도주를 들고 축복하셨다.

보리떡은 가난한 사람들의 양식이었다. 축복기도는 곧 감사기도인데 소박한 보리떡 그리고 순진한 아이들, 마지막 축복은 죽음을 앞둔 순간에 감사를 드린 것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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