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 ‘프레이밍 효과’

2021-01-17 (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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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의사가 뇌수술을 권한다고 가정해 보라. 담당 의사가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0명 가운데 900명이 5년 후에도 살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당연히 수술을 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에 의사가 다른 방식으로 프레이밍 하면서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0명 가운데 100명이 5년 이내에 사망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당신은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죽었구나... 나도 수술 받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리고 수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동일한 내용의 사실이라 할지라도 어떤 관점에서 틀(frame)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제임스 파울러의 ‘Connected’ 중에서)

동일한 내용의 사실이라 할지라도 어떤 관점에서 틀(frame)을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부른다. 무엇을 프레이밍 한다고 할 때, 거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구약성서 민수기에 나오는 12정탐꾼 사건은 좋은 예다.


12정탐꾼은 각각의 선택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안전 프레임’을 가졌던 첫째 그룹 10명은 말했다. “가나안 땅이 풍요롭긴 하지만 그 안의 거주하는 가나안 족속이 우리보다 숫자도 많고 강하니 싸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모험 프레임’을 가졌던 여호수아와 갈렙은 다르게 말했다. “싸워 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믿음의 백성답지 않다. 그 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아름다운 땅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진군하자.”

결과는 놀라웠다, 안전 프레임을 따랐던 다수의 무리들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자멸했다. 모험 프레임을 가졌던 소수의 무리는 자랑스럽게 하나님의 약속의 땅으로 입성했다.

안전 프레임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무엇이 문제인가. 그들은 항상 자신을 보호하는 일에 마음을 둔다. 모험을 통하여 성취감과 감격을 누리기보다는 ‘혹시 실패하면...’라는 불안에 갇혀 자기 방어적 삶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C. S. 루이스는 말했다. “우리가 위험한 세상에서 신실하게 살려면 모험이 필요하다. 모험이 따르지 않는 신앙은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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