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바이러스’로 정복해야

2020-04-11 (토) 이태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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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Carl Sand burg, 1878-1967)의 말이다. 그는 ‘언제나 낯선 젊은이들'에서 대장장이였던 그의 아버지 삶을 같은 세대의 유명한 정치인 제임스 블레인(James G. Blaine 1830-1893)의 인생과 대조시켜 수많은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미덕을 아래와 같이 칭송한다.

“속된 욕심에 찬 야망, 허위나 허세, 임시변통의 책략과 속임수로 점철된 제임스 블레인의 인생역정을 뒤돌아 볼 때 그의 부귀공명보다 차라리 나는 내가 일일이 이름을 댈 수 있는 20여명의 단순 소박한 노동자들의 삶을 택하리라. 이들은 세상이 좁다고 설치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 들지 않고 각자 자기가 하는 일에 재미를 내고 보람을 느낀다. 저 높은 자리에서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권력과 명예와 재산의 ‘매춘부’들과 비교할 때 나는 나의 부친 오거스트 샌드버그의 삶과 공적을 바로 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은 비록 그 어떤 위원회 위원장이거나 위원은 아니었어도 아무도 아닌 ‘무명씨’라기보다 ‘유명씨’ 그 누구였다고. 당신은 인생 순례 길에 만나는 아무에게도 못할 짓 하지 않고 당신을 알게 된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삶을 주고 가셨다’고”

다음은 현 미국의 뉴욕주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1957∼)의 부친으로 1983년부터 1994년까지 세 차례 뉴욕주 주지사를 역임한 마리오 쿠오모(Mario Cuomo(1932-2015)의 말이다.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특히 역경과 고난에 대해서. 어느 날 밤 불리하게 돌아가는 선거전에서 지칠 대로 지쳐 자포자기 상태에서 나는 내 골방 서재에 들어가 메모를 좀 하려고 연필을 찾았다. 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아버지의 옛날 명함이 나왔다. 우리가 만들어 드린 것으로 그는 퍽 자랑스러워 하셨다.
안드리아 쿠오모
이탈리안 아메리칸 식품상
우량 수입품 재고 다량
수많은 일들 가운데서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가 이사온 지 한 주도 안돼 굉장히 심한 폭풍이 불어 닥쳤다. 그날 밤 가게 문을 닫고 집에 와 보니 큰 나무가 뿌리가 뽑힌 채 넘어져 있었다.
“오케이. 자, 일으켜 세우자.”

“아니,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나무뿌리가 다 뽑혀 땅 밖으로 나와 있는데요.”
“아니야, 우리가 일으켜 세우면 돼. 그럼 나무는 다시 뿌리를 땅 속에 뻗고 높이 자랄 거야.” 우리 형제는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고 아버지 따라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도록 땀을 뻘뻘 흘리며 그 큰 나무를 다시 똑바로 일으켜 세워 놓고야 말았다. 아버지는 나무 뿌리가 박혔던 자리를 더욱 더 넓게 파냈다. 그러자 나무는 점점 더 안전하게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렸다. 아버지의 옛날 명함을 보면서 난 울고 싶었다. 나는 아버지의 명함을 책상 서랍에 다시 집어넣고 그 서랍을 잠가버렸다. 그리고 용기백배 분발하여 선거전에 뛰어 들었다. 그 더욱 확고부동하고 굳은 신념으로.

1992년 미국 대선에 나선 빌 클린턴의 선거 참모 제임스 카빌(Jamws Caville)이 만들어 내세웠던 캠페인 슬로건(campaign slolgan)이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였었지만, 이제 코로나바이러스 역병으로 전 세계 인류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엔 그 무엇보다 ‘문제는 사랑이야(It;s the love, stupid)라고 해야 하리라. 가족사랑, 이웃사랑, 동족사랑뿐만 아니라 지구사랑, 자연사랑, 우주만물사랑, 곧 우리 각자 가슴속에 싹트는 ‘사랑의 바이러스’로 모든 ‘증오와 차별과 파멸의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정복해야 하리라.

<이태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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