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법무장관, 5월 트럼프에 ‘대통령 이름 등장한다’고 보고”
▶ ‘엡스타인 고객명단 있다’던 법무장관, 최근 말바꾼 배경과 맞물려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미국 정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금융 갑부 출신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 관련 파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누차 적시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즉각 '가짜뉴스'라며 부인했지만, 이 보도를 계기로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WSJ에 따르면 팸 본디 법무부 장관과 참모들은 지난 5월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유명 인사들 이름이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본디 장관 등은 이 회의에서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수백명의 이름이 등장한다면서, 엡스타인과 어울린 사람들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적시돼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본디 장관 등은 그러면서 엡스타인 파일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 등이 적시돼 있기 때문에 파일을 새롭게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또 법무부의 지휘를 받는 연방수사국(FBI)의 캐시 파텔 국장도 다른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사적으로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수사 당국이 확보한 엡스타인의 성범죄 관련 증거자료와 참고자료 등이 포함돼 있을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맥락에서 거론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거명된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렀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보도는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 입장 변화 배경을 추정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으로 체포돼 2019년 수감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엡스타인 문제와 관련, 본디 장관은 지난 2월 그의 '접대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가 지휘하는 법무부는 지난 7일 엡스타인 '접대 리스트'는 없으며, 추가 공개할 문서도, 새롭게 수사할 사항도 없다며 장관의 말을 180도 뒤집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 그룹 내부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결국 WSJ의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법무부가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등장한 것을 확인한 뒤 사안을 덮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추정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번 WSJ 보도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각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이것은 민주당원들과 자유주의 언론이 지어낸 가짜뉴스의 연장 선상에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WSJ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 때 그에게 외설스러운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며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부터 사교 행사 등에서 엡스타인과 어울리다 2000년대 중반께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갈등으로 교류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소재 연방 법원의 로빈 로젠버그 판사는 엡스타인에 대한 2005년과 2007년의 대배심(형사재판에서 피의자의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민 배심원 제도) 조사 기록을 공개하는 데 대한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이 문서는 지지층의 동요를 진정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가 법원에 공개를 요청한 자료들이다.
로젠버그 판사는 대배심 자료를 공개할 수 있는, 연방 법률상의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무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한편, WSJ의 이날 보도가 나오기 직전,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인 연방 하원의 감독위원회는 엡스타인의 생전 연인으로, 그가 저지른 일부 성범죄의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수형중)에게 내달 의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