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떨고있는 한인 업계… 직원 이어 고용주도 ‘정조준’

2025-07-23 (수)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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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문서 감사확대 천명
▶ 벌금·형사처벌까지 병행

▶ ‘I-9’ 오류 수정 등 시급
▶ 입사 포기하는 직원 속출

떨고있는 한인 업계… 직원 이어 고용주도 ‘정조준’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한 건설 노동자가 오아이오주 건설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로부터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이민을 적발하기 위해 고용 서류 점검을 확대하면서 한인 고용주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전히 한인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I-9’ 노동자 서류 감사와 서류 미비에 따른 고액 벌금과 형사처벌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한인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젠 불체자 단속에 그치지 않고 고용주들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가 불법이민을 적발하려고 고용 서류점검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서류 업무의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고용주가 임직원을 고용하려면 미국 내 취업 자격이 있음을 확인하는 ‘I-9’이라는 양식의 서류를 작성·제출·보관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특히 감사를 받는 고용주들은 3일 내로 현재 소속 임직원 전원의 I-9과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I-9 서류 양식은 4페이지짜리이며, 작성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미국 이민국(USCIS)은 작성 요령을 설명하는 8쪽짜리 매뉴얼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자에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을 잊어버린 정도의 사소한 오류가 발견돼도 최소 2,861달러인 벌금이 건당 부가될 수 있다. 여러 명의 직원을 채용하면서 오류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벌금 합계액이 수백만달러로 올라가고 기업 임원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있는 한 기업의 총지배인이 취업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를 채용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고 1년간 보호관찰형을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4월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 3개 기업에 무자격자 취업을 이유로 8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특히 고용주들의 불안이 매우 심해진 계기는 지난 5월 ICE가 몇몇 워싱턴DC 소재 음식점에 요원들을 직접 보내 현장에서 I-9 감사를 개시한 일이 꼽힌다. 통상 이런 감사 일정은 사전에 우편이나 이메일로 미리 통보하는 것이 관례였다.

트럼프 1기 집권기에도 I-9 감사 건수가 치솟았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막판인 2017년 초에 대비해 2019년 감사 건수는 374%가 증가했다. ICE는 여전히 범죄 전과가 있는 불법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고 있으나, 고용주들에 대한 I-9 감사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인 고용주들은 ‘서류 잘못이 있으면 문 닫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한 한인업체 고용주는 “오는 9월부터 한국에서 인턴으로 오기로 했던 직원이 비자 등 서류 절차가 복잡하다며 입사를 포기했다”며 “후임자를 구하지 못하면 매일 기존 직원들을 야근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타운의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건비가 급증했고 임대료, 식재료비 등 모든 물가가 올라간 실정”이라며 “사소한 오류가 발견되도 수천달러의 벌금에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업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차라리 폐업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이 캘리포니아 경제에 상당기간 부정적인 연쇄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US 머세드 커뮤니티 및 노동센터의 책임자인 에드워드 플로세드 교수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하는 일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며 “한 산업의 둔화는 다른 산업의 성장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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