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노이·위스콘신·미시간, 인구 대비 흑인 피해규모 훨씬 커
▶ 저소득·낮은 의료접근성·기저질환 요인…가리개 착용 거부감도 작용
[AP=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피해가 흑인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고 의료서비스 접근 여력이 부족한 데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기저질환이 흑인에게 많이 퍼져 있는 탓이다.
7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의 코로나19 환자의 30%, 사망자의 40%가량은 흑인이다. 일리노이주의 흑인 비중은 14.6%다.
특히 흑인 인구 비중이 30%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의 경우 흑인 발병자가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사망자의 경우 무려 72%에 달한다.
위스콘신주의 밀워키 카운티는 흑인 인구가 28%지만 사망자 비중으로는 73%에 이른다.
미시간주 역시 흑인 인구는 14%지만 흑인 환자 비중은 33%, 사망자는 41%를 차지해 인구 분포와 비교해 흑인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뉴욕주를 포함해 많은 주가 아직 코로나19 사망자에 관한 인종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흑인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흑인 사망자가 속출한 시카고의 경우 시와 지역 활동가,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즉각적 대응을 요구하며 흑인에게 초점을 맞춘 공격적인 보건 캠페인을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흑인 피해가 큰 상황에 대해 "이 숫자들은 당신의 숨을 멎게 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소수인종이 많이 사는 지역의 병원 운영을 재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촉진하는 홍보를 활성화하는 등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섰다가 중도 하차한 엘리자베스 워런,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은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보낸 서한에서 인종별 피해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흑인 피해가 큰 것은 건강 상태와 소득수준, 의료보험 시스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제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식과 만성 폐 질환,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기자질환자가 코로나19에 좀 더 위험하다고 밝혔는데, 미국 내 흑인이 이들 질환을 더 많이 앓고 있다는 것이다.
뉴헤이븐대학의 서머 존슨 매기 보건대학 학장은 로이터에 "흑인이 더 나쁜 결과를 경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전염병 대유행은 많은 유색인종 공동체가 겪는 보건 부분의 차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공공장소에서 집에서 만든 마스크나 스카프 등 얼굴 가리개를 하라고 권고하지만 일부 흑인은 이 권고 이행에 거부감까지 보인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흑인이 얼굴 가리개를 하면 때때로 범죄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흑인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흑인의 얼굴 가리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흑인을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 경찰은 한 범죄조직이 화려한 스카프나 천조각을 식별 표식으로 쓰고, 히스패닉의 한 범죄조직도 이마에 두른 밴드를 일종의 유니폼처럼 사용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흑인 교수인 트레버 로건은 CNN에 "우리가 이런 것을 쓰고 공개장소에 가라는 지침을 준수한다면, 특히 흑인에 대해서는 범죄나 무법적인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자신은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인종정의프로그램의 레니카 무어 국장은 "보호기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CDC 권고에 반하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증가시킨다"면서도 "이를 착용하는 것은 인종적 편견의 목표물이 되기 때문에 총에 맞거나 죽임을 당할 위험에 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