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위비 분담과 한미군사동맹

2020-01-23 (목)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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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동북아 패권을 유지해 온 미국의 핵우산 국가로서 군사무기기술 개발마저 제약받고 있지만 자주국방차원에서 전작권 환수는 물론 지소미아 종료마저 거론될만큼 한국의 국방력은 증대됐다.

그럼에도 한미군사동맹은 동북아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대북전쟁 억지력에 절대적 기여를 하는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의 정당성은 반드시 재고해 보아야 할 사안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주둔군 지위협정인 소파(sofa) 제5조 특별협정에 근거한 협의의 분담금으로 2~5년 주기로 체결되며 한-미간 협상에 의하여 분담금액이 결정된다. 특히 2014 ~2018년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통하여 2014년 지원분은 9,200억원으로 결정되었지만 2015년 이후의 연도별 분담금은 전년도 총액에 전전년도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하되 연도별 상한선은 4%를 넘지 않도록 합의하였다.


이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 기여도, 정부의 재정부담 능력과 한반도 안보상황, 주한미군 주둔 여건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된 것이고 추후에도 동일한 조건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에 관한 특별협정을 무시하고 전년도 한국이 합의한 금액의 5배이며 400% 증가된 6조원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1개여단 철수까지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의회에서 국방수권법 (NDAA)을 통해 주한미군수 감축 하한선을 2만 2000명으로 정해놓았기에 의회의 동의 없이 트럼프가 함부로 주한미군 감축을 실행할 수 없다.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요구한 6조원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외에 태평양의 전략자산 유지비까지 포함시켰다.

트럼프는 일본은 물론 나토와 캐나다 등 동맹국들에도 방위비 분담증액을 요구하며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에는 현재의 4배로 300% 인상한 9조 3360억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만일 미국이 지속적으로 아시아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의 과도한 증액을 요구할 경우 군사동맹의 근간이 흔들리며 미국의 동북아 군사패권의 지형도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다. 이는 동북아 패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고 핵국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북한마저 부추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맞설 수 있는 자주 국방력과 한-미군사동맹관계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여전히 주한미군 철수의 키를 쥐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 지소미아 연장을 강압할 정도로 전세계 최고의 국방력을 갖고 있다.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며 동맹의 틀 속에서 한국과 일본에 지속적으로 무리한 요구와 일방적인 희생이 따르는 군사전략을 행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2020년 국방예산은 50조로 전세계 10위권내에 든다. 군사기술력 또한 10위권내에 들고 국방력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7위권에 올랐다. 급진하는 한국의 첨단기술력의 추세로 보면 군사기술력은 머지않아 중국을 제치고 미국마저 추격하게 될 것이다. 한-미군사동맹이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의 도구로 이용되던 시대에서 이제 동등한 차원의 동맹관계를 요구할 여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중요 경제관계로 맺어진 중국이나 러시아와 외교관계가 원만하고 북한과도 경제협력강화와 남북관계 개선으로 적대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중요한 경제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한국에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이 우호적일 경우 미국은 더 이상 일방적인 군사관계를 강요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무모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계기로 한국은 동북아 군사패권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재고하는 현명한 외교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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