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 동기 미스터리로…법원 “이유 집중할수록 살인범에 관심만”

선고공판 출석한 살해범 코버거[로이터]
아이다호주에서 대학생 4명을 살해한 범죄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의 최대 미스터리였던 '범행 동기'는 법정에서도 밝혀지지 않아 영영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다호주 보이시 지방법원의 스티븐 히플러 판사는 23일 4건의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브라이언 코버거(30)에게 가석방 없는 '4연속 종신형'을 선고했다.
코버거는 앞서 이달 초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사형 구형을 면하는 내용으로 검찰과 형량 조정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에 따라 코버거는 항소하거나 재심을 요구할 권한도 없다.
코버거는 2022년 11월 13일 새벽 아이다호주 모스카우 대학가의 한 주택에 침입해 집 안에 있던 아이다호대 학생 4명을 사냥용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코버거는 범행 6주 뒤 펜실베이니아의 부모 집에서 검거됐다. 당시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모를 방문 중이었다고 한다.
당국은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폐쇄회로TV(CCTV) 등을 활용해 코버거의 위치를 추적했으며, 부모 집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면봉과 범행 현장의 칼집에서 나온 DNA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코버거의 범행을 입증했다.
코버거는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쓸 흉기는 8개월 전에 미리 온라인에서 구입했다. 범행 당일에는 본인의 승용차를 타고 범행 현장 주변을 여러 차례 맴돌았다. 범행 후에는 승용차를 깨끗하게 치워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
당시 28세였던 그는 아이다호대 근처의 워싱턴주립대(WSU)에서 형법학과 범죄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날 법정에서 코버거는 시종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선고 전 최종 진술 기회가 주어지자 "정중하게 거절하겠다"고 답한 것이 그의 유일한 법정 발언이었다.
이날 피해자의 친지들이 법정을 가득 메워 코버거를 향한 분노와 울분을 쏟아냈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어머니는 "지옥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저주했고, 다른 피해자의 언니는 코버거를 향해 "당신은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법정에서도 코버거의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코버거가 왜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도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법원이 피고인에게 범행 동기를 밝히도록 명령할 권한이 있으나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판사는 아무리 못해도 코버거가 범행 사유를 실토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히플러 판사는 이날 코버거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면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악행을 '누가' 저질렀는지는 이제 분명하다. 그러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영영 알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싶은 다른 분들의 갈망에는 공감하지만, '왜'에 집중하다 보면 코버거에게 정당한 사유나 영향력을 제공하게 된다. 피고인의 증언에 매달리게 될수록 피고인이 갈망하는 스포트라이트나 관심, 권력을 주게 된다"고 범행 사유를 규명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