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영속성
2020-01-17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물건을 여러 번 옮기며 숨길 때, 12개월이 되기 전 아이들은 처음 숨겨진 장소에 가서 물건을 찾는다. 조금 더 큰 12-18개월 된 아이들은 마지막 숨긴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다. 그러나 그들이 보지 못한 장소로 물건이 옮겨진다는 것까지는 상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손에 장난감을 쥐고는 손을 옮겨 베개 뒤에 장난감을 숨겨 놓고 빈주먹을 내밀면, 아이는 아버지의 손 안에서만 장난감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24개월이 다 되어 가면 베개 밑을 뒤져 장난감을 찾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인지능력을 대상영속성이라고 한다.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은 성장기의 어린아이의 인지발달에 굉장히 중요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생존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최영민 ‘정신분석이론’ 중에서
어린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었는데도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보이는 것만 인지하고 믿으니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창의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 빈약하므로 꿈이 없다. 나르시스트의 성품을 지닌다. 남을 흉내내는 관객 인생을 살기 쉽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실존을 견고히 믿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음성만 듣고 최고의 문명의 도시 우르를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땅 가나안을 향해 담대히 나갔다. 아브라함은 탁월한 영적 대상영속성을 지닌 신앙인이었다.
아브라함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보이는 것처럼 뜨겁게 사랑했기 때문에 아버지 데라가 풍요의 도시 하란에 주저앉을 때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쾌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로 간 롯과 헤어질 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랍비 바룩은 말한다. “신앙이란 하나님과 숨바꼭질 하는 것이다. 몰래 숨어있는 하나님을 찾아나서는 행위가 바로 신앙이다. 그러므로 믿음이란 보이게 나타나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하나님의 실존을 바라고 확신하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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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