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2020-01-11 (토)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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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목사회 신임회장은 ‘상식이 통하는 목사회’라는 표어를 제창하면서 새로운 임기를 출범했다. 이 슬로건 한마디만 듣고 전하면, 세상에 본을 보여야 할 목사들이 얼마나 상식을 벗어났으면 저런 표어를 내걸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허탈감으로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평소에 '기본적으로 상식이 통하는 세상!' 을 기대하면서 살아왔던 나의 바램과 공감을 갖는 표어라고 생각을 하니 오히려 친근하게 여겨졌다.

상식이란? 일반 대중들이 알고 이해는 평범한 삶의 경우와 처세가 상식일 것이다. 1+1은 2라든지,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꽃도 피면 질 날이 있고, 사람도 건강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다 죽는다!... 이런 명확한 상황 원칙이 반복되고 통하는 것이 상식이고 기본 질서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만인이 평화를 누리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게 된다.

이 상식은 인간관계 속에서도 존재하며 통해야 한다. 어른들과 선배들은 존경하고, 약한 자들은 돕고, 양보하면서 서로 아름다운 사회 질서를 세우는 것은 너무나 지극한 사회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지 이런 상식이 몰상식으로 둔갑해버린 세상에서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일반 학교 동문들은 모이면 기수 서열이 엄격하다. 어른이면 어른다운 덕행을 드러내야 하는데 후배랍시고, 연소하다고 예의를 벗어나 호통을 치거나 인격을 무시하면 이 때부터 상식은 비상식 사태로 돌변하게 된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겸손과 온유를 배우고 가르치는 목사들이 모이면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무질서와 혼돈의 카오스 세상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위아래도 없고 선후배도 없는 살벌한 흑암이 찾아오기도 한다. 여북하면 어떤 교단 총회에서는 무장 경찰들을 배치하고 회의를 속행하기도 했었다. 참 슬픈 광경이었다.

이민 사회를 이끌어 가는 한인들의 각종 기관이나, 각종 회의들이 상식을 잃어버리는 것 때문에 ‘회의(會議)가 길면 회의(懷疑)가 일어난다’ 는 명언(?)이 전해 오기도 한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다름과 틀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내 주장과 네 주장이 다른 것은 얼마든지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틀린 것은 확실하게 구별해야 한다. 문제는 모두가 내 주장이 진리라고 확신하는데서 피차의 다툼은 끝이 없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상식인지 몰상식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는 소수보다 다수로 결정하면 된다.

교회는 절대로 다수결 원칙이 상식이 아니다. 오직 진리가 법이 최고의 상식이다. 여기에 겸손과 온유가 더해진다면 바로 거기가 천국일 것이다. 이 새해에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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