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의 새해 벽두

2020-01-0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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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해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월가에서는 미국이 내년에도 낮은 실업률과 견조한 성장으로 행복한 기족의 한해를 보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실업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3.5%로 1969년 이후 약 50년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며 21개월 연속 4%를 밑돌면서 고용호조로 개인소득과 개인소비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한인사회 경제는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화끈하게 풀릴 기미가 안보이고 암울한 상태다. 그렇다 보니 한인들은 또 올 한해 어떻게 견디나 걱정들만 태산 같다. 아무리 봐도 신명나는 뉴스거리가 없는 새해 벽두. 그래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소식이 하나 둘씩 터져 나오면서 우리들의 위축된 기분을 달래주고 있다.

그동안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던 한국 영화계가 드디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인정받는 희소식이 나온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기생충’이 이번 제 77회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거머쥐는 행운을 차지했다. 이미 지난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 영화가 이번에 골든 글로브 상을 받으면서 앞으로 아카데미 영화상도 받을 수 있는 길목을 텄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를 계기로 이 영화는 글로벌 수입 1억 달러를 넘기면서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비록 한국 소식이지만 덩달아 우리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은 한국이 잘 되면 고국의 위상도 높아지고 우리도 미국사회에서 자랑스러운 민족으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무명이던 재미교포 가수 양준일씨가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들기 시작, 우리들을 신명나게 하고 있다. 양준일씨는 지난 1992년 20대때 한국에 나가 노래 ‘레베카’를 데뷔곡으로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선보이며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당시 정서에 맞지 않게 너무 튄다는 이유로 제대로 각광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다시 미국에 돌아와 플로리다에서 조용히 식당 웨이터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아 왔다.

그가 30년이 지난 올해, 다시 흘러간 노래를 부른 가수들을 초청해서 듣는 한국 TV프로그램에 다시 불리어져 그의 노래를 선보이자 한국인들이 새삼 열광하고 난리들을 치고 있는 것. 그의 인기는 지금 최근 인기 절정의 캐릭터인 펭수의 4배를 달리면서 과거 양준일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유투브에 쏟아지고 수백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노래는 물론, 무대패션 춤 등이 마치 가수 지드래곤을 닮았다 하여 ‘탑골지디’라는 별명까지 그에게 붙여지면서 1990년대 무명 가수 양준일에 2019년 누리꾼들이 다시 박수를 보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더욱 감동시키고 있는 것은 힘든 이민 생활을 잘 감내하며 살아온 그의 삶의 스토리와 인간적 면모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그의 인생은 이제 희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노래를 선보이고 돌아와 다시 식당 서빙을 하고 있던 그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지금 무얼 하느냐 당신이 지금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 그 전화를 받고 한국행 비행기에 부랴부랴 오른 양준일. 지금은 “매일이 꿈만 같다”며 그는 지금 앞으로 펼쳐질 앞날에 지난날 힘든 역경과 고난의 시간은 다 잊고 희망과 꿈에 부풀어 있다.

양준일씨의 스토리는 고생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에게 행복 바이러스 그 자체고, 삶의 원동력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그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열심히 하다보면 누가 아는가. 속담대로 사람팔자 알 수 없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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