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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 법’ 과 뉴욕시 ‘우선통행법’

2020-01-08 (수)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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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1일 한국 충청남도 아산의 한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에서 9살 김민식 군이 동생 민우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다 차에 치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스쿨존에서 일어난 사고의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 바 “민식이 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률의 골자는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인 30km 이상으로 운전하다 사고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3년이상의 징역에, 상해를 입힌 경우 1년이상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률은 제정과정에서 매일 차량으로 아이들을 등하교시킬 수밖에 없어 스쿨존에서의 사고 개연성이 높은 엄마운전자 등 반대 계층의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반대론자들은 이런 도로상황에 대한 아무 고려없이 무조건 3년이상의 징역을 살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할 뿐 아니라 사고가 난 지 불과 두 달 만에 급하게 법을 만든 것도 너무 감정에 치우친 졸속입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및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첫 질문자로 뽑힌 김민식 군 부모의 눈물 어린 호소 등으로 '민식이 법'은 출석의원 227명 중 220명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12월 10일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다.

'민식이 법'과 비슷하게 뉴욕시에서도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가해자를 형사처벌 하는 제도가 있는데 2014년 제정된 뉴욕시 행정법 제 19-190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운전자가 '적절한 주의(due care)'를 기울이지 않아 우선통행권을 가지고 있는 자전거나 보행자를 치어 상해를 입혔을 경우 경범죄로 입건되어 30일 미만의 징역형 또는 250달러 미만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단순하면서 경미해 보이는 이 법도 뉴욕시의 법조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데 왜냐하면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행동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미국 형사법에서 요구되는 범죄의 기본요건은 범죄 의도(mens rea)와 이에 수반되는 범죄 행위(actus reus)다. 예를 들자면 A가 B를 때리려는 생각과 때리는 행동 두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폭행죄가 성립이 된다고 보는 것인데 생각이나 행동 둘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범죄행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미국형법에서 인정하는 범죄 의도는 고의성(intentionally)과 범죄 사실 인식(knowingly), 타인에게 가해질 위험을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무분별함(recklessnessly), 합리적인 행동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위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형사상 과실(criminal negligence)등 네 가지이다. 최근 들어 미성년자의 성폭행 사건 등에 있어서는 범죄 의사나 범죄 사실 인식을 따지지 않는 엄격책임(strict liability)이 추가되었다.

이런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뉴욕시의 우선통행법은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표현때문에 확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법조인들에게 많은 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 정신상태가 과연 형사상 과실에 속하는지 아니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단순 과실의 수준인지 불분명해 비슷한 사안을 가지고도 판사의 성향에 따라 사건이 기각되기도, 유죄가 인정되기도 하는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다행히 지난 9월 맨하탄 소재 제 1 항소법원의 판결을 통해 이 논란은 일단락되었는데 항소법원은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정신상태는 기존 형사상 과실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인 민사 수준의 단순 과실, 즉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행동과 동급이라며 사실상 여섯 번째 범죄적 정신상태로 규정했다.

이 판결에 따라 앞으로 뉴욕시의 횡단보도에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다면 아무리 고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민사 및 형사상의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한 해에도 안전운전과 더불어 특히 뉴욕시에서는 횡단보도 운전 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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