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함께 나누는 꿈

2020-01-03 (금) 고명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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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네티컷 칼럼

밤사이 휘몰아 치던 비바람이 그치고 커튼 사이로 햇살 가득한 새 아침이다. 때묻지 않은 둥근 해를 가슴에 품고 한해 동안 채워질 빈 주머니에 꿈을 담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의 바람이지만 시작하는 마음 가짐은 늘 한결같았다. 시야에서 사라진 묵은 달력 속에 흔적을 훌훌 털어 버리기에는 아직 짧은 시간이 흘렀다. 후회와 반성의 찌꺼기들도 아프지 않게 걷어 내고, 삶 속에 박혀있던 부끄러운 가시들도 빼내야 한다. 이 순간은 생활의 짐으로 이끼 낀 마음을 벗어 던지고 새벽 빛과 같이 힘차게 일어날 때이다.

누군가는 세월에 휘둘리며 정신 없이 살아 왔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설계대로 만족한 항해를 마무리 했을 것이다. 후회와 미련이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야 한다. 파도가 덤벼 올 때는 파도를 타고 넘어야지 맞서 싸우려 하다가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 버리고 만다.


지난 해에도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보냈다. 특별히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었다. 너도 나도 힘겨운 시간 이었지만 기쁜 일에는 박수를 쳐주고 어려운 일에는 서로가 도와주며 부족한 마음도 함께 나누었다. 특별히 고국의 시끄러운 뉴스에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았다. 멀리 떠나와 살아도 고국이 잘 되기를 바라는 너와 나의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올해는 안정과 화합의 결실을 이루어 내리라는 희망을 띄워 보낸다. 삶의 애환은 꿈이 있는 한 지나가는 바람이고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든 수고일 뿐이다.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 중에 하나가 날마다 꿈 꿀 수 있다는 것이라 한다. 새해에는 모두가 따듯한 꿈을 꾸는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크거나 작거나 꿈을 갖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장 작은 꿈은 자신과 가까운 관계에서부터 손가락을 꼽게 된다. 부모와 자식 형제들이 잘 되기를 바라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먼 미래까지 건강한 생활을 누리고 싶은 열망은 살아있는 동안 변할 수 없는 꿈이다.

힘써 노력하고 성취해야만 하는 꿈이 있다면 세상에는 소중히 간직하고 가꾸어 나가는 꿈도 있다. 평범하지만 아름답고 작지만 고귀한 꿈, 초라하지만 생명을 품을 수 있고 부족한 듯해도 넉넉히 채워지는 꿈도 있다. 마음을 나누는 꿈은 아무리 많아도 욕심이 아니다.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둠 속을 환하게 밝히듯이 따뜻한 미소가 힘이 되어주고 수줍게 내미는 손잡고 누군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작은 꿈을 이미 이룬 것이다. 대가 없이 주고도 기쁨을 얻는 너에게 주는 꿈, 황량한 벌판 같은 모진 세월을 이고 살아간다 하여도 따뜻한 마음 깃든 자리에는 소망이 피어날 것이다.

잘 살고 있는 시기에는 호주머니를 두둑히 채우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다시금 녹녹치 않은 한해를 마주하며 긴 호흡을 가다듬는다. 100세에도 꿈을 꾸고 많은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다가 온 시인 할머니의 시를 기억한다.
‘약해 지지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거야/ 나도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서로 나누는 꿈으로 행복한 새해의 창을 활짝 열어보자.

<고명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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