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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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한해 되세요”

2020-01-02 (목)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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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기해년 한해를 보내고 또 다시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았다. 어제와 오늘이 무엇이 다르겠냐마는 그래도 새해라는 의미를 부여하니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모두 밝은 얼굴로 서로의 복을 빌어준다.

“대박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성공하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등의 덕담들을 주고 받으면서 새해를 맞았다. 이중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궁극적 삶의 목적이 모두 행복하기 위해 직장에 들어가고 비즈니스를 차려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벌고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행복하세요 하는 덕담도 빼놓지 않고 해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올해는 한인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민 올 때는 모두 잘 살기 위해서, 즉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미국에 왔지만 정작 행복하게 산다는 한인은 크게 많지 않아 보인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에 파묻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생활들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펜실베니아주에서 발생한 20대 아들의 아버지 폭행, 흉기 살해사건은 바로 이 가정이 평소 행복하지 못해서 벌어진 참극이 아닐까. 이 가정도 분명 이민 올 때는 자녀를 잘 키워 잘 살기 위해서 이민 왔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비참하고 슬픈 현실로 다가왔다.

새해초에 우리는 대부분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한 설계와 계획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한해 말미에 가면 그걸 다 이루었는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결과 혹시 우리 삶에서 정작 중요한 행복을 빼앗긴 것은 아니었을까. 새해가 되면서 정말 이 한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민 와서 우리는 모두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삶을 살기에만 열을 올리고 산 게 사실이다. 로마의 유능한 장군 스키피오는 인생 말기에 평생 남의 칼 노릇만 하고 살았다고 한탄했으며, 중국의 지략가인 조조의 책사 사마의도 말년에 남의 붓놀음만 하고 살았다고 자책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남만을 위한 삶을 산다면 우리도 결국 이런 한탄을 하며 인생 말미를 맞기 쉬울 것이다. 현실에 충실하되 자신을 위해 좀 여유를 갖고 산다면 이런 후회는 없지 않을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행복이 인간의 삶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와 이유가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생이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인간의 섭리와 이치를 통해 ‘감사’와 ‘사랑’이라는 중요한 원리를 깨닫는다. 그 기본이 받은바 감사를 이웃과 나누고 베풀고 하면서 정을 쌓으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행복은 멀리 있는 큰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 있다고 한 영국작가 존 러스킨의 말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전문가들이 ‘건강한 몸은 건전한 정신에 있다’고 한 것처럼 마음이 행복하면 건강도 자연 따라오게 될 것이다. 명심보감에 ‘심안모욕온(心安茅屋穩)’이라는 글귀가 있다, 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도 편안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우리의 현실은 총기사고, 각종 흉악범죄 등이 난무하고 경제도 너무 어려워 마음들이 모두 뒤숭숭하다. 행복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우리 좀 풍성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도록 하자.

새로 주어진 경자년 365일,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였다고 어느 극작가가 말했듯이 하루하루는 그만큼 소중하다. 헛되이 보내지 말고 단 한순간이라도 열심히 살아서 좋은 결실을 맺는 한해, 자신의 행복을 위한 2020년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모두 “행복한 한해 되세요!"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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