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년사설/ 격변 속에서도 희망 일궈내는 새해

2020-01-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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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힘차게 솟아오른 태양을 바라보며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 앞에서 다시 설렌다. 366일 순백의 날들이 다시 우리 앞에 놓였다. 그 시간들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숙연해진다.

새해는 또한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이다. 20세기 말인 1990년대 초반 이후 확산되었던 세계화 혹은 세계주의는 퇴조하고,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가 ‘함께’ 하자던 데서 각자 ‘따로’ 자국 이익들만 챙기겠다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세계를 자국 우선주의로 끌고 가는 선봉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는 올해 재선을 위한 슬로건으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를 내세웠다.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선언이고 신고립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이다.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내건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등 현재 세계 강대국을 이끄는 수뇌들은 하나같이 국가주의/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인물들이다. 이념만이라도 세계의 공존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약해지고 국경을 경계 삼은 대결 구도는 날로 강해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을 둘러싼 패권 다툼은 미국·영국·일본 등 자유진영 국가들과 그 반대편의 중국·러시아 간의 이분 양상을 형성, 20세기 냉전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대결 구도는 미주한인들에게는 더 더욱 불안하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불안하게 현상유지 중인 남북관계, 미북관계가 어떻게 바뀔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민족 우선주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힘이다. 미주한인으로서 힘을 길러야 한다. 힘이 있어야 인종·민족의 각축장인 미국에서 우리 후손들이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고, 힘이 있어야 우리의 모국을 위해 미국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위대하게’ 하기 위해 추구하는 정책들은 근본적으로 백인중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불법이민 근절을 위한 반 이민정책은 근본 취지를 벗어나 반 이민정서를 지나치게 부추김으로써 유색인종 이민자들의 경우 합법적 영주권자들까지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인사회가 이민자 권익옹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려면 이 역시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사회가 힘을 키우려면 경제력과 정치력 신장이 필수이다. 70년대 이민가정의 2세들이 속속 정계에 진출, 앤디 김 뉴저지주 연방하원의원을 비롯 많은 2세들이 주 의원, 지역 의원으로 한인 정치력 신장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결실을 개인의 성공, 개별 가정의 성공이 아니라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민족 집단으로서의 성공으로 이끌어낼 때 한인사회는 힘을 갖게 된다.

2020년은 선거의 해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한국에는 총선이 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적극 참여해서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역사의 물꼬가 향하게 해야 할 것이다.

비상한 각오와 다짐이 필요하다. 격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희망을 일궈나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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