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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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2019-12-30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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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시정 방향은 ‘혁신’을 내걸고 있다. 혁신이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다. 잘못이나 부패, 만족스럽지 못한 일을 개선하고 고치자는 것이 혁신이니 얼마나 좋은가! 묵은 관습이나 조직과 방법도 고치자는 것이니까 환영할 말이다. 세상의 모든 발명이라는 것도 결국 혁신의 결과가 아니었는가! 물론 혁신은 혁명 같은 급진적인 변화만이 혁신이 아니다. 서서히 바꾸어 나가는 것도 역시 혁신이다.

혁신은 한자로 革新을 쓴다. 가죽 혁(革)과 새로울 신(新)이다. 피(皮)도 가죽이란 뜻이지만 皮는 아직 거칠거칠한 상태의 가죽이고, 革은 말끔히 다듬어진 깨끗한 가죽이다. 즉 혁신은 말끔히 다듬어 새롭게 하자는 뜻이다. 세계 제1차 대전 후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경영 혁신이 강조되어 각종 서비스 기업의 대혁신이 진행 중이다. 자동차 혁신의 대부라고 불리는 헨리 포드는 “혁신을 거부하는 인간은 이미 죽은 인간이다.”고 단언하였다.

혁신은 결국 ‘가치 창출 활동’인데 혁신에는 순서가 있다. 이 순서를 제대로 밟아 나가야 성공적인 혁신을 이룩할 수 있다. 첫째로 ‘나’ 부터 혁신되어야 하며, 둘째로는 윗사람부터 혁신되어야 하고, 셋 번째로는 쉬운 것부터 혁신하는 것이 바른 순서이다.


첫째, 자기 자신이 바른 길을 가고 바른 말을 하고 바른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서 사회혁신이나 국가혁신을 논하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자기혁신부터 시작하지 않고 다른 혁신은 생각하지도 말라. 성경은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태복음 7:6)고 하였다. 고치고 바꾸고 남을 지도하는 것은 자기 혁신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릇 혁신이란 윗사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장부터 혁신되고 과장 사원의 순서로 혁신되는 것이 정도이다. 아랫사람들이 혁신되기를 바라고 훈계 훈시를 자주 하는 사장은 그 순서가 틀렸다. 혁신은 강요하여 되는 일이 아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진다. 시냇물이 위서 아래로 흐르듯 혁신도 위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내려야 한다. 그리고 혁신은 쉬운 것부터 시작되어야 순조롭게 진행된다. 어렵고 힘든 것들을 당장 이루려는 것은 욕심이며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야 목표에 순조롭게 도달할 수 있다.

혁신은 하나의 예술이다. 첫째로 혁신이란 이해를 균형 있게 잡아주는 예술이다. 누구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에게 사안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원하는 것을 바로 그리고 정확하게 행동하게 하려면 요구하는 사항을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메시지는 반대효과를 나타낼 수 있고 오히려 전달하지 않은 것보다도 못할 수 있다. 지식 전달이 먼저가 아니라 이해 축구가 먼저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은 지식을 얻고자 하는 것 보다 살아가기 위한 많은 사안에 대한 이해에 이르게 하려는 것이다.

둘째로 혁신은 고객과 투자자에게 모두 잘 하는 균형 있는 예술이다. 바른 혁신이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투자자도 만족하고 고객도 만족하여 발전적인 비즈니스를 성취할 수 있다.투자자만이 만족하는 비즈니스는 곧 무너진다. 고객만이 만족하는 비즈니스라면 이미 그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혁신이란 ‘벽 깨기’이다. 의식(儀式)의 벽, 제도의 벽, 관행(慣行)의 벽, 조직의 벽을 깨는 것이 혁신이다. 과감한 용기와 모험이 요구되지만 그 벽들을 깨어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미국의 대기업 애풀의 성공은 창의와 혁신에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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