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2월 마지막 달

2019-12-26 (목)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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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12월은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으면서, 그래도 1월이 되면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면서, 새해를 기다리고 있었던 희망찬 달이었었다.

늙어지고 보니까, 12월은 이 해가 저물어가는 마지막 달로서, 이 해도 한번 가버리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저절로 인간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12월이 지나면 반드시 1월이 오듯, 모든 종교는 “사람이 죽어도 반드시 다음 생(生)이 있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육도(六道) 윤회한다고 한다. 육도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그리고 하늘나라이다. 동물로 태어나면 동물이 되는 것이고, 아귀로 태어나면 아귀가 된다. 하늘나라에 태어나면 천상인이 된다. 불교에서는 일체는 무상(無常)이라고 했다. 인연 따라 항상 변해가기에, ‘나’라고 하는 변치 않는 실체가 없다. 무아(無我)인 것이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변해가기에 삶은 고통이다. 태어나면, 늙고 병들고 그리고 죽어가기에 태어남 자체가 고통이 된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시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부처는 말했다. “다시 태어나지 않기” 위해서 도를 닦아야 하고 그리고 도를 깨친 사람만이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를 닦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죽으면 다시 태어나게끔 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총명하고 건강하고 귀엽고 예쁘고, 노래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병약하고 추하고, 밉고 우둔하게 태어난 아이들도 있다. 왜 그럴까, 불교에서는 이게 전생에 자기가 지어놓은 업 때문이라고 했다. 업이란 무엇인가? 당신이 살아가면서 지어놓은 행동의 결과물을 말한다. 당신이 열심히 일하면 성공하는 복을 매일 만들어가는 것이고, 당신이 게으르고 나쁜 짓만 행하면 ‘실패’만 하는 운명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음 세상에서 복 많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아함경’을 읽어보았다. 5계를 지키라고 했다. ①살생하지 말라, ②도둑질하지 말라, ③사음하지 말라, ④거짓말하지 말라, 그리고 ⑤ 술을 마시지 말라 이다. 기독교의 십계명하고 비슷하다. 5계를 지키면 어떤 이익이 있는가? ①재물이 날로 불어나고, ②도(道)에 가까워지고, ③이르는 곳마다 공경을 받고 죽음에 다다라 후회함이 없으며, ④좋은 이름을 멀리 퍼지고 그리고 ⑤죽어서 천상이나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했다.

한 가지 첨부해서 말하고 싶은 점은, 아무리 못된 짓을 저질렀다고 해도, 지금 당장 깊게 참회하고, 용서를 빌고, 그리고 앞으로 5계를 지키면서 살아간다면 다시 인간이나 하늘나라에 태어날 것이라고 부처는 말했다. 참회라는 게 참 중요하다. 나는 총명하고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매일 신문과 책을 읽고 그리고 운동도 매일 하고 있다.
12월이기에, 삶과 죽음을 생각해본다.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의 인생은 어떤 삶이 될까? 2019년이여, 잘 가시거라. 그리고 1월이여, 활기차게 오시거라.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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