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형벌 가운데 사형만큼 찬반 논란이 뜨거운 주제도 드물 것이다.
사형 반대론자들은 아무리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나서 사람의 목숨을 끊을 권리는 없다는 점, 그 외에도 재판과정에서 판사의 실수가 있을 수 있으며 사형을 시킨다 해도 범죄율이 감소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사형 반대이유로 든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흉악범들은 타인의 생명과 존엄성을 짓밟았으므로 이들의 인권은 보호해줄 필요가 없으며 이들을 사형시키지 않으면 평생 감방에 가두어 두어야 하는데 이들이 먹고 자는 소중한 국민세금으로 차라리 불우이웃을 한 명이라도 더 돕는 게 낫다고 반박한다.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OECD 36개 회원국 중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한국, 일본뿐이다. 한국은 1997년 이래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2018년 25건의 사형집행으로 전 세계에서 사형집행국 7위에 오를 정도로 사형집행을 활발히 하는 나라에 속한다.
미국에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주는 모두 29개 주인데 2018년 통계 상 텍사스주가 13건의 사형집행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테네시, 앨라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등 남부의 주들이 각각 2-3건의 사형집행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 전체에는 2,673명의 사형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방체제인 미국의 특성상 연방정부 역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현재 연방정부의 사형수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Dzhokhar Tsarnaev)와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한 백인 우월주의자 딜란 루프(Dylann Roof) 등 62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해 2003년 이후 집행하지 않고 있던 사형집행을 얼마 전 다시 재개하려고 했으나 연방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돌발상황에 봉착했다.
연방정부의 사형집행은 1994년 제정된 미국 연방 사형법에 따라 “형이 부과된 주의 법에 규정된 방식”으로 집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연방법무부는 어떤 독극물을 사용하든 사형 방법만 같다면 이 법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며 사형집행을 재개하려 했으나 사형수의 변호사들은 사형에 사용되는 독극물의 종류나 양, 집행방식까지도 같아야 한다고 반박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재판에서 지난 달 워싱턴 DC 소재 연방 법원은 사형수들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갈 길이 급한 행정부 측에서 고등법원 항소를 생략한 채 대법원에 바로 상고하자 대법원이 고등법원부터 절차를 거쳐 올라오라면서 상고를 기각했기 때문에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이 소송의 배경에는 3가지의 약물을 사용해 형을 집행하는데 따른 어려움도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다름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데 사용해야 할 약물을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데 쓴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자 제약회사들이 일제히 사형집행에 필요한 약물 제공을 거부해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1970년대부터 사용된 3개의 약물을 사용하는 사형 방법은 먼저 진정제를 놓아 사형수를 잠들게 한 다음 전신 근육이완제를 주사해 사형수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한 후 마지막으로 염화칼륨을 투입하여 심장마비로 죽게 하는 방식인데 최근 약물 구입이 힘들자 텍사스와 같은 몇몇의 주들은 3단계의 약물 대신 단 하나의 약물(펜토바르비탈)을 사용하는 사형방식을 택했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 방법의 형 집행을 시도코자 했던 것이다.
이처럼 독극물 사형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유타 같은 주에선 2015년에 총살형을 다시 제정한 경우도 있다. 앞으로 연방 정부와 미국의 주들은 계속 사형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형을 집행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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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