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붉은 코의 사슴, 루돌프

2019-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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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계절에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에 ‘붉은 코의 사슴, 루돌프’(Rudolf the Red- nosed Reindeer)가 있다. 미국의 동화작가 로버트 메이(Robert May)의 작품이다. 루돌프라는 이름의 사슴이 살았는데 못생기고 코까지 빨갛게 부풀어 올라 꼴불견이어서 친구들의 조롱을 받고 늘 외톨이로 왕따를 당하였다. 어느 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사슴 마을에 찾아왔다.

선물 썰매를 끌 사슴을 선발하기 위해서였다. 산타클로스는 잘 생긴 많은 사슴들이 있는데 뜻 밖에도 루돌프를 뽑았다. 산타클로스는 강한 다리나 예쁜 얼굴이나 멋진 뿔을 가진 사슴이 아니라 콧잔등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슴을 구하고 있었는데 루돌프야 말로 안성맞춤의 후보였던 것이다. 루돌프의 코가 빨간 것은 약간의 흠이었으나 샛별처럼 빛나는 그 일품의 콧잔등은 산타클로스가 찾는 바로 그 코였다.

루돌프의 빛나는 코는 희망을 뜻하고 있다. 괴롭고 외롭고 불행한 조건을 많이 가진 루돌프였으나 잘 참고 극복해 나가는 루돌프의 코는 희망의 빛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 동화의 작가 로버트 메이는 여러 해 문단에 오르지 못하고 잡지에 더러 기고하는 정도였다. 5년을 앓고 누워있는 아내는 죽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1930년대 경제공황까지 겹쳐 끼니를 잇기가 어려웠으며 어린 딸까지 돌보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였다. 그러다가 1938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쓴 동화 ‘붉은 코의 사슴, 루돌프’가 일류 잡지 몽고메리 워드 사(Montgomery Ward)의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그의 아내는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썼구려.”하며 기뻐하였고 이 동화가 활자화 되기 전에 그의 아내는 숨을 거두었다.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자신을 못생긴 루돌프에 비하였으나 동화 창작의 꿈만은 놓치지 않고 매진하는 용기를 루돌프의 빛나는 코로 상징한 것이다.

루돌프의 빛나는 코처럼 성탄 이야기에는 빛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아마도 성경이 말하는 예수의 대명사가 빛이었던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빛은 앞길을 인도하는 소망을 나타낸다.

뉴욕의 크리스마스는 라커펠러센터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이 트리의 자랑은 나무 꼭대기의 별이다. 트리 전체의 장식품보다 이 별 하나의 비용이 더 든다는 호화로운 별이다. 물론 이것은 동방박사가 큰 별을 쫒아가서 아기 예수를 만났다는 성경 이야기에서 비롯된 상징적 장식이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별 장식의 뜻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 유래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밤에 뒷동산을 산책하는 습관이 있었다. 성탄을 앞 둔 어느 날 루터는 감격스럽게 전나무 숲을 바라보았다. 나무에 덮인 눈이 달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희망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생각하게 하였다. 어둡고 추운 밤에도 빛을 발하며 우뚝 선 전나무! 이듬 해 루터는 작은 전나무 한 그루를 떠다가 집 안에 장식하고 작은 촛불을 나무 위에 달아 달빛에 반사되던 신비한 빛을 재생하여 보았다.

루터의 크리스마스트리는 빠른 속도로 유행하였다. 지금은 트리 장식이 다양하지만 본래의 의미는 희망의 빛이 되시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 것이다.
금년에도 성탄절은 오고 있다. 평화의 선물을 들고 희망을 들고 아기 예수는 어수선한 금년에도 어김없이 저 문밖에 오고 계시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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