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대학이 꼭 좋지만은 않다”

2019-12-17 (화)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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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친구 아들이 이번에 가고 싶었던 대학을 합격했다. 내 아들이 다니는 에지먼트 학생도 하버드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어디에 합격 혹 불합격했는지 서로 나누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콜럼비아와 에모리에 합격했다는 글을 읽어보니, 아이의 스펙이 대단했다. 어느 정도의 스펙을 가져야 유명한 대학을 갈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예전에 합격한 아이들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었다.

갑자기 10학년인 내 아이를 생각하게 된다. 유명한 대학을 들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아이의 꿈이 혹시나 간호사라면 대학이름을 덜 걱정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일하던 병동에 대학을 막 졸업한 새내기 간호사가 들어왔다. 에모리 대학 출신이었다. 에모리 대학 출신의 새내기를 가르치는 간호사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왔다. 프리셉터 하는 기간 중 새내기 간호사의 환자가 심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내기 간호사의 환자를 살린 건 남미대학 출신 동료였다.


불행히도 에모리대학 출신 간호사가 프리셉터 기간을 끝내고 홀로 일하는 중에도 그녀의 환자들에게서 자주 심정지가 왔다. 유명한 에모리대학을 나왔다고 환자의 심정지가 비켜가진 않았다.

일하는 병동에 여러 간호대학 학생들이 실습을 나왔다. 한 번은 콜럼비아 대학에서 실습을 나왔는데 콜럼비아 대학이라고 취업이 쉽지는 않았다. 콜롬비아 실습생들이 어떻게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에 취업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들의 말속에서 뉴욕 콜럼비아 대학까지 나왔는데 일자리를 외국에 이름 없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나 같은 외국 간호사들)에게 직장을 뺏긴다는 억울함이 느껴졌다.

간호사의 취업은 역사적으로 불황과 호황의 주기를 가졌다. 미국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이 3D 직종인 간호사를 떠나 다른 곳에 취업을 한다. 그땐 외국 간호사들에게 취업의 문이 열린다. 경기가 불황이면 다시 사람들이 간호사로 돌아온다. 그러면 외국 간호사들에게 취업의 문이 닫힌다. 사람들은 불황에 간호사가 취업이 잘되는 걸 보고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다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이미 간호사 구직이 다 채워져서 취업이 어렵다.

정말 간호사가 되려면 그냥 대학 이름을 과감히 포기하고 빨리 4년제 BSN 코스를 졸업하는 게 취업이 쉽다. 뉴욕같은 경우 뉴욕 시립대학인 헌터칼리지 나온 간호사나 뉴욕대, 콜럼비아 나온 간호사의 취업과 연봉에 별 차이가 없다. 비싼 학비 때문에 졸업 후 갚을 학자금을 생각하면 뉴욕 시립대 헌터칼리지가 간호사가 되기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생각을 버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환자를 잘 돌보는 기술은 절대 대학이름과 상관이 없다. 에모리 대학을 나온 동료는 항상 CPR을 달고 다니는 간호사로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콜럼비아를 우등으로 졸업해 취업을 못하던 실습생은 취업을 위해 간호사인 엄마 찬스를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혹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도 삶의 목표는 돌아서 걸어갈 수 있다고 시험으로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도 말했다.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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