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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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개척은 유권자가 해야 한다

2019-12-14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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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여름이면 소를 산에 데려갔다. 어느 날 동네 소 한마리가 없어졌다. 또래의 아이들이 온 산을 찾았는데 찾지 못했다. 나중에 봤더니 팔려오기전 집으로 가 있었다고 했다. 그 소를 찾느라 처음으로 우리는 뒷산을 넘었는데 산넘어 산이라더니 산을 몇개나 넘어도 또 산이었다. 하는 수 없이 되돌아 왔다. 그런데 어른들이 늘 뒷산을 넘어서 주욱 가면 서울이 나온다는 말을 해서 어느 날 또래 서너 명과 집에 있던 과자 몇 봉지를 들고 뒷산을 넘었다. 산을 넘고 또 넘었는데 계속 산만 나왔다. 하는 수 없이 되돌아 왔다. 산을 거의 6개는 넘었으니 되돌아오는 시간도 꽤 걸렸다. 동네 사람들이 어두워진 이산 저산에 우리를 부르고 난리가 났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은 아무도 뒷산 넘어 6개까지 산이 있는지 가본 이가 없었다. 막연히 산을 몇 개 넘어서 주욱 가면 서울이 나온다고 말을 했던 것이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그렇게 산을 수십 개 넘으면 안동이 나오는 것이었다. 안동을 지나서도 몇 일을 가야지 서울이 나오는데 동네 사람들은 얼마나 가야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그말만 믿고 계속 갔더라면 우린 산속에서 정말 큰일날뻔 했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서 북으로 계속 가면 서울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우린 그때 서울이 얼마나 먼 곳인지 감조차 없었던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서울이 궁금했고 가보지 않은 길을 따라 직접 서울에 가보고 싶었다.


인류 역사를 보면 늘 선지자들이 가보지 않은 길,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중 누군가가 그 말을 따라서 실행에 옮겼다. 그중 실행에 성공한 사람들 보다 실패한 사람들이 더 많고, 마침내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은 수많은 실패자들의 뒤를 따라서 자신의 길을 개척 하면서 마침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우리는 이들을 개척자라고 부른다. 인류는 성공 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했다. 그런데 대부분 성공한 개척자들만 한명의 영웅으로 기록한다.

역사를 보면 삶이 어려워지고 시대가 혼란해지면 민중들은 새 시대를 염원 했고 많은 지도자들이 나타나서 새 시대를 선언하고 목숨을 걸고 지배세력에 반기를 들고는 했다.
그러나 우린 지금 시대를 바꾸는데 목숨을 걸지 않고 투표로서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4년마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 변혁의 주역은 바로 유권자들이다. 지금 시대는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을 유지해야 할지 바꿔야 할지 판단을 할 수가 있다.

21세기 초엽 우리는 새 시대의 시작에 있을까? 아니면 한 시대의 말기에 와 있을까? 봉건시대, 상업자본주의 시대,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넘어 지금은 금융자본주의 시대다. 그리고 농경의 시대, 수공업의 시대, 산업화의 시대를 넘어 3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으며 4차혁명 즉 빅 데이터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고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미국식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의 끝자락, 3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시대 끝자락에 살고 있을 수도 있다. 변화의 시대는 혼란스럽다. 제일 잘사는 미국이 살기 힘들다고 난리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제부터 미국 우선주라고 하면서 기존 정치와 외교 무역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그러고 나서 세상은 더욱더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혼란은 기존의 시스템이 흔들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0 미국 대선은 이런 와중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과연 새 시대를 개척할 지도자를 뽑을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는 지도자를 뽑을지 그 선택은 유권자들이 해야 한다.

혼란의 시대를 지키는 것이나 가보지 않은 역사를 개척하는 것 모두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유권자라면 2020 미국 선거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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