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세와 오만

2019-12-13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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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은 바위 같이 단단한 내면의 믿음과 거품 같은 허세의 싸움이었다. 다윗은 힘으로 골리앗을 넘어뜨리지 않았다. 축적된 믿음으로 넘어뜨렸다. 좌우에 힘센 경비병을 거느리고 최신 무기로 완전무장한 거대한 골리앗은 허세와 오만 때문에 패했다. 골리앗은 다윗을 업신여기며 말했다.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들을 가지고 내게 나왔느냐.’

골리앗은 다윗이 여러 개의 막대기들을 손에 들고 나오는 것으로 잘못 보았다. 착시 현상이다. 골리앗은 심한 비대증으로 야기된 시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무장한 경비병의 호위를 받아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골리앗은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골리앗의 호언장담은 실속 없는 허세와 오만의 가면이었을 뿐이다.“
-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 중에서

어떤 사업가는 소규모 점포 주인인데 명함에는 “OO기업 회장”이라고 황금색으로 박아 놓았다. 허세 때문이다. 신문에 가끔 나오는 북한 군인을 보라. 영관급만 되어도 앞가슴 전체를 가리는 훈장을 포도덩굴처럼 무겁게 매단다. 세어보니, 금색 훈장이 20개가 넘었다.


왜 그럴까. 자기과장이다. 왜곡된 페르소나이다. 변변하게 내세울 것이 없으니까 화려한 황금색 훈장으로 혹은 황금색 명암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겉치장 하는 것이다.

진정한 실력자는 드러내어 광고하지 않는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을 위시한 아이비리그 대학은 신문에 광고내지 않는다. 호랑이를 보라. 호랑이의 기척은 언제나 베일에 싸여있고, 실력 행사는 늘 절제되어 있다. 철저히 자신의 동선을 감추고 카파도키아 수도사처럼 내부 축적의 삶을 산다. 하지만 호랑이의 한 번의 표호에 모두 두려워 떤다.

허세의 뿌리는 열등감이다. 모든 허세는 자신의 존재를 과도하게 인정받고 보상받으려는 욕망에 깊숙이 뻗어 있다. 일종의 나르시시스트(narcissist)이다. 허세의 열등감이 작용하는 동안에는 창의적 도약은 어렵다. 시품(詩品)에서 말한다. ‘웅혼의 역량을 내면에 가득 채우면 세상을 압도하는 기백을 얻는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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