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자는 회색분자(Colored Grey)인가?

2019-12-13 (금)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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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되고 모국의 현실에 대하여 언급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첫째 내 핏줄에 대한 애착, 둘째 보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때에 모국을 돕고 싶은 마음, 셋째 내 말에 대한 책임이 본국에서보다는 유예될 수 있다는 환경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민 1세들이 모일 때, 고국의 현황을 지적하여 태극기와 촛불,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성향을 보이고, 혹여 반대되는 의견이 나타나면, 매우 날카롭게 각을 세워, 때론 모임이 파장되기도 한다.

지난 10월 모국을 방문했을 때,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여하는 30대 후반의 젊은 남성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양극화 현상의 원인으로 경제의 대기업편중구조와 기득권층의 문제, 해방후 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문제, 이승만정권의 친일정권의 기득권 세력들이 박정희 독재정권과 야합한 보수세력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남북과 통일에 대한 견해로, 북한은 우리의 민족이며 김정은은 서구문화를 이해하는 신세대이기에 할아버지와 아버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질 것이며, 북한주민들도 남한의 문화를 접하며 남측에 우호적인 경향이니, 북을 끌어안으며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 그의 견해로 볼 때,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나 그 정권이 아닌, 일본이나 미국, 또는 주변 강대국들로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그 젊은이들의 견해로 볼 때,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해방 후 남한에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통성이 북한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새롭게 찾아내야할 과제라는 답이었다. 보수파분들과는 이야기가 안된다고 했다. 그들은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좌파 또는 북한에 동조하는 빨갱이로 치부한다고 했고, 때론 그들에게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조용히 그들에게 물었다. 자네들의 말속에 논리비약은 없는지?, 해방 후 70여년간 과연 대한민국정부나 각계의 지도자들이 잘못만 했는지? 과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독재에 희생만 되었고, 기득권층과 대기업에 피해만 받아 왔는가?
하나의 통일된 나라를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단점, 북한의 장단점 모두 연구하고, 진영논리나 정치논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동족이 주적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그 정권이 왕조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아니하겠는가?


미국과 일본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적으로 돌릴 수 없다. 국제사회는 약육강식의 현장이며, 외교를 감정에 치우쳐서는 아니될 일이며, 다른 나라 눈치 보는 것은 강대국들도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에 의존해야하는 대한민국은 그러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만 손해이지 않겠나?

모택동이 공산당세력을 규합할 때에 한민족 두 국가의 형태로 흑백의 논리로 운동을 주도했지만,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현재 대한민국은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바람직한 정부와 국민은 먼저 국민이 통합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한다.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며 분열과 대립으로 밖의 국가들에게 어부지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보다, 통합과 발전모델을 위해 진솔하게 대화하는 국민의 열린마당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인가? 잘못된 일들에 대하여 시간을 돌이켜 시정할 수 있을까? 발본색원으로 부관참시도 서슴지 않았던 조선조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바른 일은 정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아니하도록 스스로 교육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흑백논리는 또 다른 흑백논리를 불러온다. 그 중간을 회색이라 한다. 회색분자라는 말은 기회주의 또는 변절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어왔지만, 현명한 자는 회색의 중요성을 안다. 이 세상에 진정한 흑도 없고 백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나라사랑은 흑백을 주장하지 않는다.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헌신이 있을 따름이다. 역사가 왜곡되어 얼을 다시 찾아야 하는 민족이 겪어야할 고뇌이며 과정인 것이다.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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