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소미아 무엇이 문제인가

2019-11-26 (화)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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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팽창을 원천봉쇄하고 핵을 가진 골칫덩어리 북한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최대한 활용해 왔다. 미국의 동북아 핵심 군사전략기지로서 일본이나 사드배치를 기점으로 동북아 군사허브로 거듭나고 있는 한국은 미국의 동북아 군사정책을 수행하는데 절대적 기여를 해왔다.

미국은 직접적인 군사개입 없이도 군사동맹국인 일본이나 한국을 내세워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문제를 원격조정할 수 있다. 한-일간에 이뤄진 군사정보보호협정임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에 미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자국이 필요로 하는 군사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지소미아가 단순히 한-일 당사국뿐 아니라 주변 동맹국들과의 정보교류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자격 복원과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대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규제 재검토와 외교정상화를 발표함으로서 지소미아 종료가 연기됐다. 그러나 대화 재개 방침에 당장에는 변화가 없고 한국정부도 규제 철회가 없으면 지소미아는 종료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한-일간의 성공적인 외교협상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기정 사실화했던 한국의 외교적 결단력이 수출규제 철회를 빌미삼아 펼치게 될 일본의 얄팍한 외교전략의 실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번 합의 과정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한-일 동시 압박과 합의 종용이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를 단행하기 직전에도 한-일 양국에 각각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행과 경제보복 조치를 중단하는 현상동결합의를 제안한바 있다. 하지만 일본의 거부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외교·국방 고위 당국자들을 총동원해 재고를 압박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방장관을 포함해 안보라인이 총출동해 한국에 연장을 종용했고 미 의회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앞두고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한 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미국 대표단도 방일 후 적극적인 개입에 나섰다.

결국 지소미아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지만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위에서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이란 전제하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동북아 안보지형에 여전히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소미아의 미래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과제가 된 것이다.

만일 문재인 정부에서 종료하지 않으면 일본은 부분적인 무역규제철회를 명목으로 시간을 끌다 결국 지소미아 연장으로 미국의 신임을 얻으며 미-일동맹을 굳건하게 할 것이다. 반면 한국은 무역규제철회가 흐지브지 되면서 지소미아 종료를 다시금 제기하다 한-일관계의 정상화도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고 미국도 지속적인 압박이 작용한 일본과 달리 한국의 강경자세로 인해 한-미동맹이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지소미아 종료가 달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시간을 끌수록 한국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 연장으로 일단 시간을 번 일본이 다시금 미국을 등에 업고 한국에 불리한 조건을 강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재인 정부의 결단력이 필요한 때이다. 한일외교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일본이 순응하지 않을 경우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삼각함수를 역이용해 미국과 일본을 요리하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일본의 무역규제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첨단을 달리는 전자산업을 필두로 한국경제는 성장가도에 있고 일본을 능가하는 군사력과 동북아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기지로서의 가치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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