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은 밸런스입니다

2019-11-25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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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자이며 저술가이기도 한 쉐리 토코스(Sherry Tokos)씨가 최근에 출판한 저서 ‘인간의 마음 잡기’에서 건강도 행복도 밸런스에 달려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녀의 권고를 요약하면 첫째 긍정적인 태도를 발전시키며, 둘째 움츠리지 말고 공격적이며 진취적인 정신을 훈련하고, 셋째 부정적인 사람들을 멀리하며, 넷째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을 가끔 바꾸고, 다섯째 나의 밸런스를 깨트리는 상황과 과감하게 대결하며, 여섯째 자신의 화와 적개심을 다스리고, 일곱째 타협하기를 배우며, 여덟째 인생의 큰 그림을 보고, 아홉째 긴장을 푸는 재미(fun)를 가지라는 것이다.

단테의 ‘신곡’에는 지옥을 이웃과의 단절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촌’이란 말은 세상이 좁아졌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구가 한 마을처럼 가깝게 연결된 세상이라는 뜻이다. ‘인류가 어떻게 좋은 연결을 서로 맺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곧 세계 평화의 문제이다. 힘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은 잠정적으로 전쟁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평화는 우정과 사랑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Parade'지에 “나에게 있어서의 오늘의 의미”란 글을 투고하였다. 그는 미국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기회의 사회, 공동체 사회, 책임의 사회이다. 기회는 평등한 사회를 가리키며, 공동체는 상부상조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말하고, 책임은 자유와 기회와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힘을 가리킨다고 클린턴은 해설하였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연결된 삶‘ 곧 밸런스가 잡힌 삶을 말하는 것이다. 바울도 연결된 삶을 강조하면서 비근한 예로 사람의 몸을 말하였다. 눈, 입, 손, 다리 등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상호보충의 역할, 즉 밸런스를 서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능력이나 위치를 자랑해도 이웃과 협력하지 못하는 오만이 있으면 자기도 망하고 전체도 무너진다.

기러기는 V자를 만들고 여행한다. 앞을 나는 기러기들이 바람물결을 만들기 때문에 뒤따르는 기러기는 그 바람물결을 타고 덜 힘들게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두주자가 더 힘드니까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꾸어가며 고통의 밸런스를 맞춘다. 여행 중 기러기들이 까옥까옥 우는 것은 뒤를 따르는 기러기들인데 힘들어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앞을 가는 동료들을 격려하는 응원가라고 한다. 이웃 속에 사는 기러기의 지혜를 배울만 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워싱턴 대행진 때 외친 연설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백인들을 불신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이 나라에서 백인의 운명과 흑인의 운명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백인의 자유와 흑인의 자유도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어느 한 쪽도 혼자서 걸어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 흑인이 자유를 갈망한다고 해서 증오의 잔으로 자유를 마실 수는 없습니다.” 킹 박사의 민권운동은 반항이 아니라 여러 인종이 섞여 살아도 사랑의 밸런스를 유지할 것을 호소한 것이다.

민주 시민이 누구인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남들과 함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끌고 가는 역을 맡으려 한다. 그러나 얼굴도 안 보이는 뒷전에서 미는 만족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모든 단체게임의 승리 원리는 제 자리를 잘 지키고 팀의 화합과 리듬, 곧 밸런스를 잘 잡는 팀플레이에 있다. 이 원리는 가정에도 단체에도 나라에도 해당된다. 책임을 짐으로 생각하지 말고 또 하나의 성취로 생각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질 수 있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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