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계절이 올 때마다 무엇인가 감사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해마다 우리 생에 특별히 감사하고 싶은 일들을 한두 가지씩 생각 하게 된다. 금년에는 교회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생각이 크게 느껴진다. 특히 내 나라를 떠나 이민 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이민자의 교회’라는 것은 다만 종교적인 중요성 뿐만 아니라, 우리 이민 생활에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축복을 더하여 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
일생을 목회와 교회 지도자의 일을 해온, 목사인 본인에게 있어서 교회를 감사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특히 감사절은 본인이 47년 전에 뉴저지 연합교회를 시작한 날이기 때문에 더욱더 의미가 크다.
1972년, 본인이 포트리에서 미국인 감리교회를 담임하고 목회 하고 있던 때다. 감사절 두 주 전에, 뉴욕 한국 영사관에 파견되어 오신 S 영사의 가족 5명(영사님 내외와 시동생과 장인장모) 이 불쑥 예배에 참석했다. 교회 게시판에 한국목사 이름이 눈에 띄어 찾아 왔다는 것이다. 그 다음 주일도 또 참석한 영사님은 “영어로만 설교 하지 말고 한국말 설교를 해달라” 는 요청을 하였다. 그래서 다음 주일인 감사주일에 한국말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 한인교회의 시작이 된 것 이다. 한국인 이민이 69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뉴욕 지역에는 이미 8개의 한인교회가 서 있었다.
구약성경에 나타나 있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은, 처음부터 '이민'의 신앙이었다. 우선 아브라함의 신앙은 고향과 본토를 떠나 하나님이 지시하는 데로 가라는 명령을 순종하여 '이동민'이 된다. 그는 가는 곳 마다 제단을 쌓아 하나님을 예배 하였으니 그것이 곧 이민 교회의 모델이라 하겠다.
이민의 나라 미국의 뿌리도, 신대륙으로 신앙의 자유를 찾아 이민 온 청교도들도 새 땅에서 하나님 앞에 제단을 쌓았다. 그들이 감사예배를 드린 것이 감사절의 시작이 되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이동해 다니면서 가는 곳 마다 우물을 팠다. 그리고 그 우물은 생활의 기반이요 한 마을의 중심이 되었다. 한인이민교회 역시 우리 이민 사회의 우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야곱은 어디를 가나 자기의 뿌리르 잊지 않았고 결국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의 뿌리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민교회는 뿌리의 교회이다. 이민교회를 통하여 우리의 뿌리를 찾고 보존하며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다. 우리는 한인교회를 통하여 한국인의 뿌리를 알게 할 뿐아니라 더 나아가서 새땅에 뿌리를 내리는 일을 도와 주는 일까지 하게 되니 이민 교회는 뿌리의 교회이다.
교회가 가르치는 '사랑'은 곧 미래를 향하여 날게 하는, 신비롭고 놀라운 힘을 가진 날개인 것이다. 가는 곳 마다 제단을 쌓고, 우물을 파고, 뿌리를 내리게 해주는 이민교회! 그 교회가 없었더라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삭막했을까? 생각 하면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교회에 대하여 감사하게 된다.
<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