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운명을 개척하는 유권자 등록과 투표

2019-11-23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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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통치자를 국민들이 바꿀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었지만 기원전 그리스와 로마에는 있었다. 그런데 기원전 27년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디비 필리우스 아우구스투스’ 초대 황제가 즉위하면서 역사는 다시 전제군주의 시대로 돌아갔고 1,9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럽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지로 자국의 국가 수반 혹은 통치자를 선택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선거권은 처음에는 귀족, 그다음에는 일정정도 토지와 재산을 가진 남자들만, 그다음에는 모든 남자들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다. 가장 일찍 1893년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유럽에서는 핀란드가 1906년, 미국이 1920년, 영국이 1928년, 프랑스는 1944년, 이탈리아와 일본이 1945년 , 한국은1948년 그리고 스위스는 1971년에 모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보통선거제도를 도입하였다. 그외 나라들은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보통 선거권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선거제도가 도입 되기 전 인류는 오로지 전쟁과 반역을 통해서 통치자를 비롯한 특정 통치 집단을 바꿀 수 있었다. 그 세월이 수백 년이었다. 그러니 한번 귀족이 되면 자자손손 수백 년동안 귀족으로 살았고, 한번 노예가 되면 수백 년동안 그렇게 살아야 했다. 그런 운명은 평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어느 한쪽에 줄을 섰고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었다. 통치자를 바꾸고 자신의 신분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고 또 선봉에서 공을 세워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편입이 되는 것이었다. 전쟁에서 지면 모두가 목숨을 잃는 것이고 가족들도 겨우 노예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극을 보면 전쟁에서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서 왜 그렇게 선봉에 서서 공을 세우려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그러니 선거제도는 인류가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는 방법이었고, 자신의 운명과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데 목숨을 바쳐야 하는 댓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최고의 방법이다. 선거제도가 아닌 미국의 대통령 선택을 상상해보자. 미국은 매 4년 마다 공화군과 민주군이 전쟁을 해서 50개주를 차지해야 한다. 유권자는 군인이 되어야 하고 지역 정치인들은 나름 지휘관이 되어 지역에서부터 처절한 싸움을 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병영 이탈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에서 지면, 죽거나 4년간 모든 가족들이 노예로 살아야 한다. 특히 소수계 부족의 경우 생존의 문제였고 자칫하면 부족 몰살도 각오해야 했다.

그러나 선거제도는 출마자와 지지자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결집된 투표의 힘을 만들면 이기는 것이다. 특히 소수계의 경우 선거라는 공간이 기회다. 결집된 투표의 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정계에 소수계의 대표를 내보낼 수 있다.

소수계의 대표가 연방의회로 진출하면 자신의 정치력으로 전국적인 정치인이 될 수 있고 또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비전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그 선례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다. 아이리쉬의 결집된 힘으로 케네디는 매사추세츠에서 연방하원 그리고 연방상원의원을 지냈고 “뉴 프런티어 정신”을 선거의 머릿 구호로 내걸고 대통령이 되었다.

소수계 였던 가톨릭 종교를 가진 아이리쉬로 미국의 최초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면서 천대받던 소수계 아이리쉬는 미국내 인정받는 집단이 되었고 흑인 민권운동을 지원 하였으며 미국의 새로운 가치인 민권법의 산파역할을 했다. 우리 미주 한인들도 이런 꿈을 꾸고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 그래서 중요하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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